▲ 영화 <국제시장>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청춘칼럼=정다운의 영화 들여다보기] 흔히 잘 만들어진 영화의 기준으로 ‘천만 관객이 본 영화’를 들곤 한다.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영화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고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관객 수 만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독립영화와 같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 수가 많지 않아도 충분히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도 많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만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영화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많은 관객들이 영화에 공감하고 즐겼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 '국제시장' 역시 개봉 당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이다. 2014년 12월 17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25일 만에 900만 명을 넘기고 2015년 1월 13일에 천만을 돌파했다. 윤제균 감독이 영화 '해운대'에 이어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기록하여 더욱 주목받기도 했었다. 

필자가 우연한 기회로 윤제균 감독의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필자가 느낀 바에 의하면 윤제균 감독은 굉장히 겸손한 사람이었다. 남들은 평생 천만 영화 한편을 만드는 일도 어렵다고 하는데 천만 영화를 두 개나 만든 이 감독은 감독으로써 본인의 역할은 관객이 영화에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의 이러한 신념은 그가 작업한 영화를 보면 누구나 이해가 갈만큼 고스란히 영화에 드러나 있다. 영화 '국제시장'이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도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그들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 영화 <국제시장> 스틸 이미지

영화 '국제시장'은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어린시절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의 삶을 그린 영화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성장영화가 아닌 이유는 영화의 배경이 1950년대 한국전쟁부터 현재까지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국전쟁 세대인 덕수의 성장과 역경과 함께 대한민국의 성장과 역경도 그리고 있다. 개인과 사회는 별개가 아니라 함께 상호작용 한다는 것을 영화 전반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흥남 철수 작전이다. 이는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선적했던 무기를 모두 내리고 피난민 1만 4천여명을 태워 남으로 철수했던 작전이다. 덕수는 이 배를 타고 북에서 남으로 피난 온 인물로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동생을 잃고 아버지를 여의어 어린 나이에 소년 가장의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이 후 휴전선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덕수는 돈을 벌어 남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광부로 일하기 위해 독일로 향하기도 하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덕수 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를 통해 한 개인의 삶에 사회적 상황이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 개인이 사회의 발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한 개그맨이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서 우스갯소리처럼 노랫가락을 붙여 한 말처럼 ‘나라가 강해야 국민도 강하다’ 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만든 영화다. 젊은 청춘남녀가 먼 독일까지 가서 간호사, 광부로 일해 벌어들인 외화로 대한민국에는 고속도로가 생겼지만 대한민국의 어린 청춘들이 낯선 타지에서 겪었을 외로움과 고난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다.

▲ 영화 <국제시장> 스틸 이미지

그러나 우울하기만 한 삶은 없다. 덕수와 같은 시대를 살아낸 이 시절의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일은 반드시 있었다. 독일 광부로 일하며 죽을 뻔한 고비도 넘기고 힘들게 살지만 그 안에서 사랑을 찾고 결혼을 하고 웃는 날도 있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 있다. ‘치열하고 힘들게 사는 와중에도 즐거운 날은 있다. 당신의 삶도 그렇다.’ 관객은 영화에서 이런 메시지를 발견하고 위로받는다. 영화 포스터에 쓰인 대로 ‘그 때 그 시절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 를 그린 이 영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위로를 건네며 희망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천만 그 이상의 관객에게 사랑 받은 것 같다. 사실 처음 포스터와 예고편, 간단한 줄거리까지 보고 영화가 뻔한 방면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관객의 눈물샘만 자극하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 소개 문구 그대로 우리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 분들이 땀과 눈물로 일궈낸 이 땅에 살면서 외면하고 살았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내 많은 사람들이 새로이 알게 되고 고마움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영화 말미에 덕수의 독백은 우리네 아버지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기에 더욱 관객이 공감하며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이만하면 잘 살았지. 근데 나 진짜 힘들었다’ 며 우는 노인이 된 덕수의 모습은 거실에서 웃고 떠드는 가족들의 모습과 상반되게 비춰져 자신의 삶보다 가족 부양에 온 힘을 쏟은 그 시절의 아버지들의 쓸쓸함과 고된 삶을 더욱 부각시켜 보여주었다. 약한 나라의 약한 국민으로 ‘진짜 힘들었던’ 우리네 아버지의 이야기.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지 못했을 수 많은 것들을 떠올리며 다시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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