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거의 모든 우리 요리에 쓰이는 마늘은 5월말까지 출하한다. 그 전 해 9월 중순~10월 중순에 파종해 겨우내 자라 봄철에 풋마늘을 보였다가 6월이 되면 줄기가 말라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출하를 앞두고 마늘밭을 갈아엎는 TV뉴스를 통해 보자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풍년의 역설이라고 한다. 올해 전국 마늘 재배 면적은 평년보다 3% 증가했는데 따뜻했던 겨울 날씨 탓에 생산량은 17%나 늘어 대풍이 들었다. 마늘 풍년으로 가격이 평년보다 30~50% 넘게 폭락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밭을 갈아엎은 것이라니 농부들 마음은 새까맣게 타 들어갔을 것이다.

어찌 농심(農心) 만이겠는가. 마늘을 한약재로 다루는 한의사들 마음도 편치 않다. 중국 고대 의학서적인 ‘본초강목’에는 마늘이 여러 가지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본초학서적인 ‘신농본초경’에는 마늘을 장기 복용해도 몸에 해가 없는 상약으로 분류했을 정도다.

마늘은 파 고추 생강 등과 함께 몸에 열을 내는 음식재료로 꼽힌다. 나이 어릴 때는 좋아하지 않다가 나이가 들수록 입맛을 당기는 재료이기도 하다. 양상유여 음상부족(陽常有餘 陰常不足)이란 말처럼 어린이에게 양기는 늘 모자람이 없으나 음기는 부족한 탓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양기는 요즘말로 에너지다.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점점 쇠퇴해 지면서 우리 몸은 양기를 섭취하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에 들어간 파를 골라내던 사람들도 나이를 먹을수록 파 향까지 그리워하는 것을 주변에서 보게 된다.

파의 하얀 줄기 부분을 뜻하는 총백(蔥白)은 예로부터 감기(상한,傷寒) 약재로 쓰였다. 몸이 으슬으슬할 때 몸에 열을 내서 체온을 올리는 역할을 하는 게 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몸에 열이 많은 나이에 파를 좋아할 리 만무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좋아지게 된다.

잘못 씹어다가 뱉어낼 정도로 강한 향을 내는 생강도 음식 맛을 낼 때 꼭 들어가는 음식재료인데, 강삼조이(薑三棗二)라는 말처럼 한약재로도 널리 쓰인다. 한약 한 첩에 생강 세 쪽과 대추 두 개를 넣으라고 했으니, 실제로는 약방의 감초보다 더 빠지지 않는 게 생강인 셈이다.

그런데 음식재료이든, 한약재든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는 이치는 같다. 양기를 보충한다고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이다. 균형(밸런스)을 스스로 유지하게 되는데 과잉은 독이 될 수 있다.

체질 또는 그 때 맞는 음식재료도 각각 다를 수도 있다. 황련(黃連)이란 식물은 아주 쓴 맛을 내는 한약재로 입에 대면 얼얼한 정도다. 그런데 황련을 맛보면서도 아무 일 없다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 몸의 균형은 황련 성분의 보충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먹는 게 곧, 나의 존재(I am what I eat)라는 표현이 있는데 무엇을 먹을까보다 나부터 잘 아는 게 순서라고도 생각해봐야 한다.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둬야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우리 몸을 무시하는 셈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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