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꽃말이 ‘동정’으로 향기나는 풀류이기 때문에 꿀풀과의 다년초로 분류되는 레몬밤/ 멜리사는 원산지가 유럽이다. 지중해 동부 지방과 서아시아, 흑해 연안, 중부 유럽 등지에서 자생하는데 지중해 연안에서 2,000년 이상 재배되고 있다. 7~8월 경 잎자루에 피는 하얀 꽃은 크기가 조그마하다. 줄기는 1m정도 크며 피부에 닿기만 해도 진한 레몬향이 난다. 줄기에서 나는 두 잎은 동그란 하트 모향으로 테두리가 톱니 모양이며 털이 있다.

포기 나누기나 꺾꽂이로 간단하게 번식할 수 있는데 봄, 가을에 파종하며 적당한 수분과 유기질 토앙인 곳이면 잘 크지만 한 여름 건조하지 않도록 물울 잘 주어야 한다. 많은 멜리사 종류들도 영어로 'balm'이라 통칭된다. 그 중에서도 'balm gentle', 'lemon balm'이라 불리는 멜리사(Melissa officinalis)가 대표적이다. 식물의 이름 외에도 감람과의 콤미포라속의 나무에서 생산되는 방향 물질도 'balm'이라 불린다.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 때문에 향수를 만들 때 방향물질로 사용되고, 요리에서도 샐러드, 소스, 스프를 만들 때도 사용되며 잎은 고대 그리스나 동양에서부터 포도주 등 과실주의 향료를 내는데 쓰인다. 약용으로는 탈모방지용 린스, 치통 및 설사 완화, 원기회복을 위한 목욕제, 독거미등의 해독작용, 감기 등이 걸렸을 때 땀을 배출하기 위하여 차로 마시기도 한다.

이스라엘 전설에 나오는 멜리사와 관련된 일화를 살펴보자. 어느 성령 강림절날 밤에 배고품으로 녹초가 된 나그네가 농가에 요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는데 하필이면 그 집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집을 찾은 손님에게 소중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주었다. 귀한 맥주 한 잔으로 기운을 회복한 나그네는 주인의 얼굴을 보고 폐병에 걸린 것을 알았다. 그는 주인의 호의에 대한 사례로 "멜리사 잎 3장을 매일 맥주에 섞어서 마시면 지병에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갈길을 갔다. 주인은 12일 후 거짓말처럼 건강을 회복했다.

그리스 신화에는 산양의 젖으로 어린 제우스를 양육한 언니 아말타이아에게는 반신반인인 동생 멜리사가 있었다. 식물 이름인 ‘멜리사’는 아말타이아의 동생 이름 멜리사로부터 나왔다. 거의 같은 내용으로는 제우스가 아이일 때 아버지 크노로스에게 통째로 먹힐 상황에서 엄마 레아가 그를 구한 후에 피신시켰을 때 그에게 젖을 먹인 염소가 아말테이아인데 이 염소는 젓을 먹인 공로로 하늘의 염소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멜리사(Melissa Balm)'의 어원을 살펴보자. 그리스어 ‘Melissa(꿀벌)’는 아말타이아의 동생 이름으로부터 나왔다. 산뜻하고 달콤한 레몬향으로 꿀벌을 끌어들이는 이 식물은 독특한 향과 기능성 때문에 고대 그리스 때부터 많이 재배해 왔다. 그리스어 ‘melissa(꿀벌)’는 ‘meli(꿀)’에서 연유했다.

향유, 진통제, 위안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는 허브인 멜리사 ‘Balm’은 고대 그리스어 ‘balsamon(balsam)’이 라틴어 ‘balsamum’이 되었다. 이 단어가 고대 프랑스어 ‘basme’로 변형되고 중세 프랑스어 ‘baume’가 된 다름 앵글로 노르만어를 영어로 차용하면서 최종 ‘balm’으로 정착을 했다. 다른 설은 고대 그리스어 ‘balsamon(balsam)’이 라틴어 ‘balsamum’이 되었다. 이 단어가 고대 영어 ‘balsam/ balsamum (balsam, balm)‘으로 유입되어서 중세 영어 ‘balsam/ balsme’이 되었다가 최종 ‘balm’으로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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