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패신저스>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영화 '패신저스'를 보면 더 나은 삶을 찾아서 지구를 떠나 식민 행성으로 가는 우주 수송선이 있다. 남자는 다른 승객과 승무원과 함께 120년을 동면상태로 있다가 목적지 도착 4개월 전에 깨어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주선 시스템의 이상으로 도착 90년 전에 혼자서 동면에서 깨어난다. 다시 동면에 들 수 없는 그는 자신이 우주선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자살까지 결심한 그는 동면상태의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에 빠진 나머지 그녀를 깨우고 만다. 그녀는 자신이 품었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게 된 것이 그 남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되자 분노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일은 극히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한다. 사랑을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하더라도 사랑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라 전 우주적인 사건이다.

사실은 우리 모두가 소 우주적인 존재이다. 한 사람이 태어남으로 한 우주가 태어나고, 한 사람이 죽음으로 한 우주가 소멸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그런 사실을 깨달을 기회를 가지지 못하다가, 사랑을 함으로써 비로소 그런 체험을 비슷하게나마 할 수 있다.

▲ 영화 <패신저스> 스틸 이미지

싯다르타가 태어나서 처음 했다는 말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그 자신만 귀하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제각기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이나 이웃이 그런 존재임을 모르고 그저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세상이 달라지는 느낌을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서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고, 반면 자신의 비루함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을 경험하면서 우리 자신도 비로소 가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이런 사실은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나 사랑을 잃을 때 얼마나 이전과 달라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만큼 사랑이란 쉽게 빠지고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세계를 나에게로 불러오는 것이고 또 그의 세계로 내가 뛰어드는 것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동시에 경험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모험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그 사랑의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두 개의 소 우주가 하나로 된다는 것이 쉬울 리 없다.​

▲ 영화 <패신저스> 스틸 이미지

그래서 어떤 이들은 강제로 점령하듯 사랑을 쟁취하려 하고, 어떤 이들은 자해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사랑을 얻어내려 한다. 이렇게 마치 보물을 채집하듯 사랑을 붙잡으려는 사람들과는 정반대로, 사랑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으로 인정해야 할 것은 우리들 모두 사랑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조만간 그에 따른 불행도 피할 수 없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주선의 심각한 손상으로 어차피 모두 죽을 운명이었음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각자의 죽음을 각오한 노력으로 우주선의 고장을 수리하는 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단 한 사람만 다시 동면에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목적했던 식민 행성에 도착하여 자신의 꿈을 이룰 수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사랑하게 된 그들은 함께 남을 것을 선택한다.

사랑은 내가 시작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전 세계의 축복을 얻으며 맺어진 결혼이든, 누군가의 절망을 뒤로 한 채 시작된 사랑이든 마찬가지다. 만약 자신이 계획하고 의도한 대로 사랑이 잘 되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지금까지 사랑이 아님이 분명하다.(다음편에 계속...)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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