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얼마 전 국내 굴지의 모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얘기다. 다이어트 Q&A 시간을 별도로 할 것인가, 강연 시간에 넣을 것인가 협의 끝에 별도로 질의응답 시간을 강연 후 30분간 갖기로 하였다. 주최 측에서 필자를 배려한다며 예상 참석 대상자에 설문을 돌려 궁금증을 파악한 후 이를 정리하여 필자에게 보내주었다.

체중 감량이 대중의 관심 분야라 강연시 많은 질문이 쏟아지지만, 질문 내용은 대개 비슷하고 그 유형도 그리 다양하지 않다. 이 메일을 열어보니 필자가 늘 곤욕을 치르는 질문이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교과서적으로 이론이 분명하면 답을 내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거나 논문 등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추후 알려주겠다 하면 된다.

필자가 애를 먹는 질문은 다름 아닌 지극히 다양한 개인의 욕구에 관한 것들이다. 술이 왜 건강에 해롭냐는 질문엔 답이 쉽지만, 어떻게 해야 음주나 흡연 욕구를 견딜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변이 궁색해진다. 게다가 효율적으로 금주, 금연하거나 야식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한다면 이론적, 학문적 배움은 다소 무색해진다. 어쩌면 필자는 자연 과학을 한답시고 인문이나 철학적 사고를 등한시한 결과로 융합의 시대에 뒤떨어진 넋두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여성은 수박을 너무 좋아해 철이 되면 수박을 반통씩 먹는다며 살찔까 그게 걱정이라 한다. 사실 크기는 모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수박 반통은 혼자 끌어안고 먹을 게 아니라 화채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야 한다며 웃음을 유발하고 답변을 마무리하지만, 졸음을 참고 공부해야 성공한다는 애매모호한 말처럼 영 뒤끝이 개운치 않다. 열량이 높다 하여 과일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수분과 섬유질의 함량이 높아 정제된 탄수화물, 즉 밀가루의 대안으로 과일을 권하기도 한다.

쏟아지는 질문을 잘 살피면 비타민 및 각종 항산화 물질의 보고인 과일이 살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행 과일과 비만의 상관은 일명 당지수라 하는 GI지수(Glycemic Index)를 살펴봄으로 알 수 있다. GI는 공복 상태에서 특정 음식을 섭취 후 탄수화물이 당으로 전환되어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인데, 숫자가 높을수록 소화, 흡수가 빨라 비만과 상관이 높다.

보통 50 이하를 낮다고 하는데 체리(22), 배(33), 딸기(40), 오렌지(42) 등이 낮은 당지수를 가진 과일에 속한다. 농익은 바나나는 52의 GI를 갖는 반면, 풋바나나는 30에 불과한데 이 수치는 익을수록 당도와 풍미가 뛰어난 과일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수분이 많긴 하지만 수박은 당지수가 72로 상당히 높아 비만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GI 지수, 즉 글리세믹 인덱스는 단순히 입으로 느끼는 단맛으로 그 수치를 갸름해선 되지 않는다.

단맛의 고구마가 61인 반면, 상대적으로 당도가 덜한 감자는 평균 80을 넘기 때문이다. 또 하나 GI 지수의 치명적 문제점은 음식에서 내뿜는 칼로리, 즉 열량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량이 높은 돼지비계는 당지수가 형편없이 낮게 나온다. 그러므로 당지수의 높, 낮음은 비만을 논하는 하나의 요인일 뿐, 그것을 가지고 전적으로 비만과의 상관을 논해선 안 된다.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고민은 과자를 무척 즐긴다는 남성의 사례다. 방송 관련 일을 하는 40대 미혼남인데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대신 달달하고 바삭한 과자로 그 모든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잊는다고 한다. 운동 부족과 늦은 밤에 과자를 즐긴 댓가로 그는 나이에 다소 과한 넉넉한 뱃살을 지니게 되었다.

과자남이 내게 자랑스레(?)보여준 뱃살은 그에게 곰이란 애칭이 붙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애들도 아니고 그렇게 과자를 끊기가 힘듭니까?” 필자의 면박성 질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 그는 고개를 젖는다. 비만을 유발하는 다양한 습관과 고민에 대해 다음호에 좀 더 알아보자.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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