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중년기에 들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일어난 여러 불행한 소식을 접하게 되면, 자신에게도 그런 일들이 닥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또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징후들을 하나둘씩 경험하면서 건강과 장래에 대한 염려가 커져가기 마련입니다.

이런 중년기의 위기는 가정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은 ‘역할 관계’로 유지해온 부부에게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남편은 경제활동과 같은 바깥일에 전념하고 자녀 양육과 가족관계는 부인에게 전담시켜온 경우입니다.

이런 남편들은 뒤늦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과 소통하고자 하지만, 오랫동안 형식적인 대화만 나누었던 부인이나 자녀들과 어떻게 하면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에 대한 기대는 포기한지 오래고, 아직은 엄마로서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데 자녀들은 더 이상 그러한 역할을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 여러 신체 증상들은 건강 염려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더 이상 여성으로 사랑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정체성 위기’를 겪게 됩니다. 결국 부부 각자 가정에서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이 비어있는 듯한 ‘빈 둥지 증후군’에 빠지는 것입니다.

중년기에 찾아오는 이러한 위기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매우 불행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중년기에 대한 이해부터 새롭게 해야 합니다. 즉 중년기를 단순한 신체적인 변화뿐 아니라 심리학적 발달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삶은 자기 자신보다는 사회적 성취나 자녀 양육 같은 타인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살아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년기 위기’는 지금까지의 삶의 태도를 바꾸어 진정한 자신을 돌아보며 살라는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남편은 사회와 직장이 아닌 자신과 가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부인은 가정과 자녀에 한정되었던 관심을 자신과 사회로 넓혀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과 부인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조언자 또는 협력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부부라면 이런 과제를 잘 해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부들은 오히려 더 심한 불화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 중년기는 자신이나 부부관계에 숨겨져 있던 문제들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다음편에 계속)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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