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장앤항외과 이호석 대표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사타구니 부위가 볼록한 혹이 만져진다면 탈장을 의심해야 한다. 탈장이란 신체의 장기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조직을 통해 돌출되거나 빠져 나오는 증상이다.

신체 어느 곳에나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의 탈장은 복벽에 발생하는데, 복벽 탈장은 복강을 둘러싼 근육과 근막 사이에 복막이 주머니 모양으로 돌출되어 비정상적인 형태를 보인다.

발생 위치에 따라 서혜부, 배꼽, 대퇴부, 복벽 탈장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형태가 사타구니 부위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이다. 대부분 소아의 경우 선천적으로 복벽의 틈새를 갖고 태어난 경우에 발생한다. 성인에서는 노화로 복벽이 약해지지거나 무리한 운동으로 복압 상승이 동반될 경우 발생한다.

서혜부 탈장은 직접 탈장과 간접 탈장으로 세분화된다. 직접 탈장은 서혜부를 받치고 있는 복벽이 후천적으로 약해지고, 내장이 밀려 나와 발생하며, 간접 탈장은 태생기 고환이 내려오는 길이 막히지 않고 유지되는 경우에 생긴다. 음낭 부위가 볼록하게 튀어나오고 무언가 만져지는데, 사타구니에 약한 통증이나 묵직한 감각이 느껴질 수 있다.

소아의 경우 약 10%에서 가족력을 가지고 있으며, 남자아기가 여자아기보다 5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아가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는 동안, 남자아기에는 고환, 여자아기에서는 난소가 태아의 뱃속에 위치하고 있다가 임신 기간 중에 이동을 시작하는데 정상적인 이동이 끝나면 이 길은 저절로 닫히게 된다. 하지만 일부의 아기들은 이러한 길이 닫히지 않고 태어나게 되는데 정상 신생아의 약 1~5%에서 닫히지 않은 초상돌기로 뱃속의 장기가 빠지는 서혜부 탈장이 발생한다.

이러한 사타구니 탈장을 방치하면 탈장 구멍이 점점 커지고 점차 많은 장이 끼게 되면서 장의 혈관이 눌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장폐색으로 이어져 응급수술이 불가피하다. 남성의 경우, 빠져 나온 장이 음낭 안까지 진입하면, 음낭 부위까지 내려온 장이 빠져 나왔던 구멍에 걸리는 ‘감돈 탈장’으로 인해 장 천공이나 괴사를 초래할 수 있다.

탈장은 신체의 구조적인 결함이 원인인 만큼 자연치유되지 않는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탈장이 가속화돼 인공막까지 사용하는 복잡한 수술을 요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초음파검사 등 정밀한 검진을 통해 상태를 파악한 후 인공막이나 자가조직을 활용한 무장력 탈장수술을 통해 튀어나온 장을 제자리로 복원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인공막을 사용하지 않고 자가근막을 이식하여 진행하는 무장력 서혜부 탈장 수술의 경우 자가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술 이후 합병증을 낮출 수 있다. 또, 국소마취로 시행되기에 마취나 수술에 따르는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수술 당일 무리 없이 퇴원이 가능하다.

탈장은 외과 전문의가 간단한 촉진만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탈장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정밀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임상경험이 풍부한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 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서울장앤항외과 이호석 대표원장-대장항문외과 세부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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