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나면 한의사 진료가 빠른 이유는? [홍무석 칼럼]

홍무석 한의사l승인2020.06.20l수정2020.06.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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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구침지희(九鍼之戱)라는 무서운 재주겨루기가 있다. 중국 후한 시대(947∼950)때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조제를 알 수 없는 마불산(麻拂散)이라는 마취제를 만들어 이를 술에 타 병자에게 먹인 후 개복과 뇌수술까지 했다는 전설적인 명의 화타(華陀)가 고도의 침술경지를 제자들에게 시범 보이면서다. 그게 아홉 개의 침술이 펼치는 재주라는 의미의 구침지희다.

구침지희는 살아 있는 닭의 몸 안에 아홉 개의 각종 침을 침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찔러 넣되 닭이 아파하거나 죽어서는 안 되는 목숨을 건 내기로 볼 수 있다. 그건 닭의 내장과 근육 등 각 기능을 거울 들여다보듯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경지로 본다.

다섯 침까지 꽂으면 범의(凡醫)로 불렸고, 여섯 침이 교의(巧醫), 일곱 침이 명의(明醫)로 화타는 명의의 경지에 오른 제자에게 병자를 보게 했다고 한다. 여덟 번째 침을 찔러 넣으면 대의(大醫), 마지막 아홉 침을 다 쓸 수 있으면 이미 침 하나로 모든 병을 다 볼 수 있는 태의(太醫)라는 것이다.

화타의 제자들이 침술연마의 수단으로 삼았던 구침지희가 항간에선 자기의 침술을 과대선전하기위해 닭에게 침을 놓는 재주겨루기로 변질되기도 했다. 소설 ‘동의보감’에서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의사시험 갑질’을 저지른 어의(임금 주치의) 양예수에게 구침지희 겨루기를 청한다.

대결 장소는 남산골 어느 기방으로 전해진다. 유의태가 먼저 길이가 한 치 여섯 푼(약 4.83cm)에 끝이 날카로워 사람의 양기(에너지)를 올리는데 쓰는 참침(鑱鍼)을 찔렀다.

이어 끝이 달걀형으로 뭉툭한 원침(圓鍼), 세치 반(약 11.5cm) 길이에 끝이 좁쌀알처럼 생긴 시침(鍉鍼), 날이 세모꼴로 생긴 봉침(鋒鍼), 길이 네 치(약 12cm)에 너비 두 푼(0.6cm)인 고름 상처를 찔 때 쓰는 검두침(劍頭鍼), 가늘기가 털과 같은 원리침(圓利鍼), 끝이 모기 주둥이처럼 날카로운 호침(毫鍼)까지 넣으면서 대결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마지막으로 뼛속을 긁어내는 무려 일곱 치(약 21cm)짜리 장침(長鍼)과 네 치짜리 대침(大鍼)마저 찌른 서로의 닭을 마당으로 던졌는데 결과는 정반대다. 양예수의 닭은 두 어 번 날개를 퍼덕이다가 더는 움직이지 않은 반면 유의태의 닭은 날개를 활짝 펴 퍼덕이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망쳤다가 구구거리며 다시 나타났다고 전한다.

그런 침은 오늘날에도 만성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란 평가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질환 가운데도 뇌졸중(중풍) 요통 디스크 부인병 피부알레르기 등을 꾸준한 침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술을 통해 절단하고 붙이는 등의 서양식 치료방법과 크게 대조되는 셈이다.

한의학계에서 회자되는 얘기가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한의사들은 어디든 달려가 진료에 나설 수 있다. 초음파 등 장비가 있어야 진료하는 양의들과 달리 한의사들은 침구 가방 하나 들고 기동성 있게 이동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다.

여기에 한의학도 증험(證驗)의 과정을 거쳐 왔다.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인정된 세계적인 의학서이지 않은가. 방탄소년단(BTS)의 K-팝이 글로벌 호응을 받는 것처럼 한의학도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서양문물이 최고인양, 선조로부터 이어오는 우리 한의학을 의도적으로 밀어내려는 태도가 몹시 편협해 보여 하는 말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홍무석 한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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