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결 한의원 네트워크 일산점 김내영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각종 피부 염증으로 피부과를 찾는 환자들 다수가 ‘습진’이라는 진단을 받지만, 실제로 환자들의 피부에 나타난 양상은 제각각이다. 이는 ‘습진’이란 분류가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급만성 피부질환을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울긋불긋한 반점인 홍반이 생기고, 건조하거나 습한 각질층 덩어리인 부비늘(인설), 심한 가려움, 코끼리 가죽처럼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화, 검붉어지는 색소침착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습진이다.

질환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이 있는데 결절성 양진이나 화폐상습진, 아토피 등은 전신에 나타나며 가려움이 극심하여 정신까지 피폐하게 할 정도다. 물론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사타구니습진이나 손발의 한포진도 부위의 사용빈도나 중요도로 인해 환자의 고통이 적지 않다.

공통적인 것은 습진 병변에 면역세포가 밀집되어 방출되는 물질로 인해 가려움이 느껴지며, 혈관이 증식되거나 확장되어 색깔이 붉어진다는 것이다. 피부가 붉어지는 이유는 혈액이 몰려들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왜 혈액이 갑자기 피부로 몰리고 낫지 않는 것일까? 단순히 스테로이드 연고로는 완치되지 않는 만성적 습진 질환이라 한다.

습진 속에는 매우 여러 가지 질환들이 들어간다. 대체로 촉발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며 다양하고 완벽히 추측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는데, 원인이 비교적 확실한 습진 질환도 있다. 바로 ‘접촉’이라는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습진이다. 접촉성 피부염에는 자극성 접촉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 있는데, 전자는 화학물질이나 물리적 자극에 노출되어 일어나는 피부염이며, 흔하게 발생되고 원인을 제거하면 낫는 단순 습진이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 종사자에게 잘 생기며 아토피 관련 질환이 있을수록, 환경이 밀폐되어있는 곳에서 일할수록, 피부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쉽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은 일반적 자극이 아니라 알레르기 자극(항원 물질 접촉)으로 유발되는데 장신구의 금속, 화장품 성분 중 향료와 방부제, 머리 염색약, 옻나무 등이 주된 항원이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첫 접촉이 아니라 두 번째 접촉에서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역시 항원을 기피하면 별 문제가 없다.

이보다 더 만성적이고 심한 경과를 보이는 습진 질환의 대표주자가 아토피 피부염, 지루 피부염, 화폐상 습진, 등이다. 이 습진들은 대체로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며, 면역시스템 교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발생 부위나 질환 특징 등을 고려하여 치료하되, 면역 체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습진 치료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 묻는다. 대개 육안으로 환부를 보면 질환마다 특징이 있어 감별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질환 감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근본적으로 습진이라는 카테고리 속 질환을 이겨내려면, 내부적 건강 이상이 면역 조직인 피부에서 드러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즉, 습진이 주인공이 아니란 것이다. 거대한 나무 밑에 큰 그림자가 지듯이 습진은 원발 요인이 아니라 결과로 나타난 양상일 뿐인 것이다. 자극이 된 주변 환경도 중요하지만, 건강 상태에 따라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추운 데서 노숙을 해도 강력한 면역을 가진 사람은 좀체로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스테로이드 치료처럼 염증의 외부적 양상 제어에만 집중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없다. 실제로 연고만 바르면서 십 년 넘게 지지부진 고생했던 습진 환자도 내부적 이상을 다스리는 한약 치료를 시작하며 치료에 극적인 반응을 나타내곤 한다. 가장 중요한 병인은 언제나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한의학적 치료의 관점이자 강점이다. 좋지 않은 식이나 환경적 자극 등의 원인을 해결하면서도, 저하된 체내의 에너지 보충과 면역 개선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만성 피부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늘 에너지를 소모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생활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화학적 독소(식품첨가물, 화학주, 화학 약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업무나 성생활로 무리하는 것은 만성질환을 부른다. 휴식이나 내적 안정보다 외부 활동이나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이 있다면 습진을 악화시키니 교정하는 것이 좋다. 그와 함께 환자의 체질에 맞는 식단 섭취, 적절한 유산소 운동, 한약 치료 등 다각적인 치료과 관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이 칙칙하던 습진 질환도 말끔히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고운결 한의원 네트워크 일산점 김내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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