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대오서점] 경복궁의 서쪽 마을 서촌,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청운효자동과 사직동을 일컫는 이 동네를 찾아 길을 걷다 보면 실핏줄처럼 이어진 골목길과 세월을 그대로 녹여낸 듯 개량한옥, 그리고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씨고전 의상실’, ‘효자동 이발소’, ‘영화루’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골목길 사이사이를 누비다 보면 어느덧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느낌으로 추억 속에 사로잡혀 모든 것들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 가운데 이곳 서촌 골목길 한 자락에 오랫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오서점. 낡은 간판, 미닫이문, 비좁은 공간 등 오래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모양새가 누구나에게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대오서점은 6·25가 끝나고 문을 열어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에 조대식 할아버지가 책을 모으셨고 1951년부터 올해로 64년째 권오남 할머니(85)가 운영 중인데, 재미있는 것은 대오서점의 이름은 할아버지(조대식)와 할머니(권오남)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 대오서점이라 붙였다 한다.

우선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하고 소박한 공간이 손님을 맞이하는데 아기자기하게 붙어있는 책걸상과 함께 참으로 빼곡하게도 꽂혀있는 헌책들... 마치 아버지의 오래된 서재에서 봤던 낡은 책 냄새가 후각을 스치고 지나가며 한순간 훈훈한 마음을 열게 된다. 작은 안마당을 들어서서 좁은 툇마루와 사방을 둘러싼 책들을 보면 금세라도 추억 속에 둘러싸이게 된다. 마법과 같은 따스함이 묻어 나온다.
8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는 단골에게 전문서적을 넘기고 가게도 좁혀 세를 줬다. 4년 전 할머니는 자식들의 권유로 책방도 내놓았다. 그런데 임자도 나타나지 않고, 보존 가치를 인정받자 할머니도 마음을 바꿨다. 과거 육남매 모두를 대학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번창했던 때도 있었으나, 현재는 손 때 묻고 먼지가 쌓인 책들만 눈에 띈다.

영화 ‘상어’의 촬영지이자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 재킷 촬영 장소로도 유명세를 탄 탓에 현재는 책은 판매하지 않고 카페 겸 서촌의 명물로 추억의 장소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서울 서촌의 역사와 함께 자리를 지켜 온 대오서점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한때 열 개에 달하던 서촌의 서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할머니의 서점만이 6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헌책방과 함께 사람들의 향수로 남을 할머니의 하루. 볼만한 게 많지 않아도 대오서점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 이유이다.     

<대오서점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66869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서울의 역사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화질 HD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캐스트(http://tvcast.naver.com/seoultime) 또는 tbs 홈페이지(tbs.seoul.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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