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류충렬의 파르마콘] 영농 패러다임의 변화와 6차산업
산업 간의 융・복합은 농업분야에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되어야 할지 모른다. 현재 한국의 농업은 종래 토지・노동 중심에서 기술과 자본・경영 중심으로, 1차산업에서 6차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농축산분야의 급속한 고령화, 개방화 및 글로벌 경쟁시대에 나아가야 하는 유일무이한 길일지도 모른다. 현재 정부의 농정패러다임도 그러하다. 6차산업은 산지의 생산물(1차)을 가공(2차) 및 판매・관광(3차) 등 융・복합화(6=1x2x3)하자는 것이다. 종국적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자는 전략이기도 할 것이다.

6차산업화, 그러나 높은 현실규제
6차산업화를 위한 현실은 녹녹치 않다. 6차산업화는 가공, 판매・관광이라는 타 산업과의 융・복합을 전제로 한다. 결국 산지의 생산을 주로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규제만이 아니라 가공・판매 등 다른 부처 소관의 규제를 더 많이 접하게 한다. 상대적으로 규제에 대한 인식이 어려운 농축산인에게는 가공・판매・관광과 관련된 규제(법령)는 알기도 준수하도 어렵다. 특히 산지의 생산물을 이용한 가공생산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6차산업형 가공은 현지 농산물에서 남는 원료를 이용한 소규모의 가공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규모 가공・제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규제(가공업 허가조건 및 준수사항)의 벽은 너무 높고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낙농농가의 6차산업형(목장형) 유가공업 탄생의 어려움
한국 국민의 시유(음용유, 우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원유(분유)의 재고량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35.1kg인 1인당 시유 소비는 2015년 32.1kg으로 줄었고 저출산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에 있다. 반면 유제품인 치즈, 버트의 소비량은 큰 폭으로 증가(‘15년 치즈 소비량: 12만147톤)하고 있다. 소비가 증가하는 유제품인 치즈의 자급율(’15년 17.7%)은 낮고 대부분은 수입품이다. 국내 생산 원유는 남고 수입유제품은 증가하는 현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낙농농가의 어려움을 잘 대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낙농농가는 남는 원유로 다양하고 특색있는 유제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자는 시도를 하고 이다. 낙농분야의 6차산업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의 규제(축산물위생관리법령, 식약처 소관)는 자기 농장에서 생산된 원유를 활용하는 소규모 유가공업이 아니라 여러 농장의 원유를 모아 대규모 생산을 염두에 둔 규제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가공업에 적합한 규제(특히 매월 품목별검사, 소분판매금지 등)로 6차산업형(목장형) 유가공업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문제를 풀어야할 식약처에서는 기존의 즉석제조・판매가공업을 활용하라고 하나 외부판매가 불가능한 제도로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대안이 되지 못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소규모 난립 우려’ vs ‘다양하고 특색있는 소규모생산’
소규모 가공・제조, 6차산업형 가공을 가능하게 하자는 규제완화 주장에 규제부처의 주된 반대 논리는 ‘소규모 난립의 우려’라고 한다. 규제완화 반대의 논리에 완전히 일리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록 소규모이나 산지의 신선한 원료를 활용하여 다양하고 특색있는 제품을 가공하는 것은 소규모 난립과는 다르다. 무엇을 위한 소규모 난립의 우려인지 알기 어렵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리고 필요한 것만 건지자’고 하였다. 다양하고 특색있는 제품을 희망하는 생산농가와 질 좋은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추세에 맞춘 규제개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진입기준에서 하나가 아니 원산지의 원료를 이용한 소규모 맞춤형 가공업(외부 판매가 가능한)을 별도로 신설하면 어떠한가? 한국 농축산업의 나아갈 길은 6차산업이다. 6차산업에 걸 맞는 6차산업형 규제를 마련해 주자.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현) (사) 에이스탭연구소 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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