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조연수의 뮤직톡톡] 1960년대 초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는 풍요로움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 시절 캘리포니아는 미국 경제의 중심지로 농업, 광업, 공업 등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가 넘쳐났고 일자리를 찾아 여기저기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구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아메리카 드림의 전형과도 같았던 그 시절, 사람들은 경제적 풍요로움으로 자동차 경주와 서핑 등의 고급 스포츠도 즐길 수 있었다. 

서프뮤직은 그러한 캘리포니아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음악에 담은 것으로, 1960년대 초 남부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어 전 지역으로 급속도로 번져나가게 된다. 일렉트릭 기타사운드가 특징적인 인스투르멘탈 락 스타일과 노래와 코러스가 있는 보컬 팝 스타일로 나눌 수 있는데, 락 스타일은 거침없이 질주하는 듯한 파워풀한 것으로 파도를 타는 흥분과 스릴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면 팝 스타일은 경쾌하고 재미있는 노래로 캘리포니아 해변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서프 기타의 왕’ 으로 불리는 딕 데일은 중동풍 멜로디에 일렉트릭 기타의 빠른 트레몰로와 리버브(울림)를 사용한 음색, 그리고 앰프와 증폭스피커의 사용으로 이전과는 다른 크고 파워풀한 소리로 연주한 것으로 유명한데, 바로 헤비메탈 사운드의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명곡 Misirlou는 그리스에 정착한 터키 피난민들이 애환을 담아 부르던 구전 노래로 그 자신도 서핑을 즐겼던 딕 데일(Dick Dale)과 그의 그룹 더 델 톤스(the Del-Tones)가 그 멜로디를 특징적 속주로 편곡하여 연주하였는데, 서프락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곡이다. 영화 펄프픽션(1994 미국), 택시(프랑스, 시리즈)등의 주제곡으로도 유명한 이 곡은 미국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곡 pump it 에도 사용되고, 광고, 방송할 것 없이 무한 러브콜을 받는 곡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폐막식에도 등장하여 전 세계에 울려 퍼지게 되는데 그리스 멜로디에 기반을 둔 음악이 딕 데일의 편곡으로 유명세를 탄 이유에서 인 듯 하다. 

서핑용어, 파이프라인이란 굴곡이 깊은 해저에서 밀려오는 둥근 파이프 모양의 거대한 파도를 이르는 말로 서프 뮤직그룹 샨테이스(Chantays)는 동명의 곡 ‘파이프라인’으로 유명하고, 서핑을 하다 큰 파도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 보드에서 떨어지거나 다른 서퍼와 충돌하는 것을 의미하는 ‘와이프아웃’, 서핑에 적합한 해안을 찾아다닌다는 뜻의 ‘서파리’는 더 서파리스(Surfaris)의 곡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벤처스(Ventures)의 ‘워크 돈 런’ 등 서프락은 서핑의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것으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들이 많은데 듣다보면 서핑을 즐겨본 적 없는 이들도 그 마초적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된다. 

▲ 영화 <러브 앤 머시> 스틸 이미지

Surfin U.S.A, Fun,Fun,Fun, I Get Around. 서프뮤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비치보이스는 흥겨운 해변의 정취에 어울리는 즐거운 멜로디와 코러스를 특징으로 태양과 파도, 여인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자동차 경주 등을 묘사하는 가사로 노래했다.비치보이스의 영화 ‘러브 앤 머시“ 단순하고 즐겁기만 한 서프뮤직 이상의 것을 추구했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의 삶과 예술적 고뇌를 다룬 영화로, 서프뮤직 이후의 비치보이스의 음악과 브라이언 윌슨의 독자적 행보와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영화로 제목 러브 앤 머시는 브라이언 윌슨의 1988년 곡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유행은 변해간다. 6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 해변의 낭만을 노래했던 서프뮤직도, 비틀즈로 시작되는 영국그룹들의 인기와, 새로운 사회적 음악적 변화들로 열기를 식혀갔지만, 그 열정적이었던 사운드는 이어지는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프뮤직과 함께 여름을 추억하며 우리들의 가슴만큼은 여름 날씨처럼 뜨겁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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