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지퍼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hook set(이) 두 줄에 이동식 잠금 장치를 이용하여 옷이나 신발 그리고 가방 등을 쉽게 열거나 닫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퍼를 만드는 재료에 따른 종류는 플라스틱, 폴리에스텔, 메탈지퍼 등이 있다.

그러면 지퍼는 언제 등장을 하였을까? 1890년대에 미국인들의 옷(특히 여자 옷)이나 부츠는 단추의 긴 줄을 이용하여 여미게 되어 있었다. 입고 벗을 때 몹시 불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불편함을 해소시켜줄 방법을 모색했다. 이를 해결한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 시카고의 Judson이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직공 Whitcomb L. Judson은 배 둘레에 매우 살이 풍부한 사람이었기에 허리를 굽혀 슈즈 끈을 매는 것은 몹시 고역이었다. 때문에 이를 해결코자 부단의 노력을 하던 그는 1893년 8월 최초의 지퍼 ‘clasp locker’를 개발해서 특허를 받았다. 생활의 불편함이 개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그는 자기가 만든 지퍼를 ‘slide fastener(일렬로 달린 걸쇠를 이동장치를 이용하여 열고 잠그는 방식)’라고 불렀다. 1905년 저드슨과 커널 루이스 워커가 ‘Universal Fastener’를 설립하고 모양을 오늘날 것과 유사하게 더욱 발전시켰지만 잘 잠겨지지 않았고 옷에 적용하기에도 불편하여 실용성이 없었다.

하지만 1913년 B. F. Goodrich사의 스웨덴인 Giedon Sundback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맞물릴 수 있는 금속이 박힌 끈에 이동식 잠금 장치가 있는 획기적인 ‘훅리스 NO.2(고리없는 잠금 장치)’를 개발하여 군복과 비행복에 이용하면서 대량 사용의 길을 열어 놓았다. 1923년 B.F. Goodrich사가 부츠에 이동식 잠금 장치를 사용하면서 부츠 상표명으로 ‘지퍼’란 말을 사용했다.  

1923년 양복점 주인 쿤 모스가 이 고리없는 잠금 장치를 이용하여 양복의 형태에 맞게 개량하면서 의복에도 지퍼가 자유자재로 사용되는 세상이 열렸고 계속 기술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25년 ‘지퍼’가 상표로서 등록이 되었다.

옷을 입고 벗을 때의 불편함을 단숨에 날려버린 ‘지퍼’의 어원적 유래를 보면 ‘지프(zip : 휭, 지퍼로 닫거나 조이다)’는 천 등이 찢길 때 나는 의성어인데 1923년 ‘zip’에 사람을 나타내는 ‘–er’을 붙여 탄생한 말이다. Goodrich사의 사장은 자기 제품에 강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부츠의 브랜드로 ‘지퍼(zipper)’라고 이름을 붙였고 1925년 상표등록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퍼’를 부츠의 브랜드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부츠의 잠금 장치를 지칭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고리없는 잠금 장치’를 지퍼라 불렀고 ‘지퍼’는 부츠 브랜드에서 졸지에 잠금장치 이름으로 일반명사가 되면서 상표로서 효력을 상실했다. 이 지퍼가 일본에 들어오자 일본인들은 이것을 처크라고 불렀고, 우리나라는 이를 받아들여서 ‘자크’, ‘자꾸’로 불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