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코로나19와 싸움에 백신 생산이라는 한줄기 빛이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 3월부터 존슨앤존슨,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 제약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4~6주 후에 백신 생산을 개시할 것이란 보도가 7월13일 나왔다.

이어 다음날에는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백신 개발을 위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실험 대상자 전원에게서 항체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중국에서는 백신 안전성 및 효능의 최종 확인 단계인 제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백신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은 7월15일 오전 9시 미국 이노비오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INO-4800)을 국내 처음으로 40대 피험자에게 투여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임상시험을 위해 모집된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1년에 걸쳐서 항체 형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런 노력으로 백신이 생산되겠지만 “매우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 대단히 진보된 과학문명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인 코로나19에 맞설 백신이 없어 전 세계가 쩔쩔 매고 있는 셈이다.

이참에 표준화된 치료 이외에 비정통적인 요법도 적용하는 대체의학을 떠올려 보게 된다. 미국국립보건원이 분류한 대체의학의 구체적인 사례로 명상, 요가, 경피신경자극, 한의학, 상어연골제품 등의 약물치료, 인삼 등의 약초치료를 꼽고 있다. 대개 자연에서 치료법을 찾는다.

백신의 원조 격인 우두를 맞는 것도 자연에서 치료법을 발견하지 않았는가. 알려진 대로 영국 의사 제너(Edward Jenner 1749~1823)는 소의 전염병인 우두(牛痘)에 걸린 암소의 고름 딱지를 떼어 사람에게 주사해 천연두를 퇴치했다. 바로 우두접종이다.

제너는 우두를 앓은 사람은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이용해 1796년 건강한 사람에게 우두를 접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른 병을 고의로 몸에 옮겨(접종) 질병을 예방하는 주사가 백신(vaccine)이다. 그 백신의 어원은 제너가 이용한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까(vacca)에서 유래됐다고 하니 우두접종은 백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백신의 원리는 인체의 기억 작용을 이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전에 인체에 침범했던 병원체의 정보를 기억하여 미래에 같은 병원체에 감염되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치료제를 찾은 역사를 떠올려 보면 대체의학을 통한 백신 개발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 않겠는가.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은 매실로 역병을 퇴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발견한 중국 중의과학원 교수는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대체의학의 관건은 포용성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정도(程度)라고 할 수 있다.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환경에서는 대체의학이 뜨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 2월말 대구 코로나 재난 현장에 자원봉사 나섰던 한의사의 최근 언론 인터뷰를 읽다가 또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대구 봉사에 나서려고 했는데, 도지사 및 대구시장까지도 통과된 계획이 하루 만에 무산됐다. 또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한의대 등의 한의대 한방병원이 병상을 내준다고 해서 봉사를 하려했지만 대구시 차원에서 거절됐다. 그러면서 약속했던 봉사시설도 결국 취소하더라...” 이런 분위기에선 대체의학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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