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는 SF 읽기, 호시 신이치와 아이작 아시모프 [송민근 칼럼]

송민근 칼럼니스트l승인2020.07.20l수정2020.07.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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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송민근의 물구나무] 많은 사람들이 SF라는 장르를 좋아할 것이다. 성단과 은하들이 수 놓아진 화려한 우주 속 거대한 함선의 조용한 여행, 광선검과 첨단 무기들이 빗발치는 전장을 헤쳐나가는 우주용사의 모습, 사람처럼 생각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고 꿈을 꾸는 로봇, 그리고 핵 전쟁으로 피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인류의 사투 등 SF 장르가 그 이름만으로도 참으로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으로부터 그 장르의 특성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SF장르의 가장 큰 특성은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여러 미래를 펼치게 해주며 이것으로부터 많은 감정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같다는 것 아닐까? 여기서 ‘일어날 수도 있는’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단지 현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한 가능성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SF 영화라도 그 속에 ‘사람’이라는 요소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없다. 정확히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요인, 감정, 관계 등 어느 시대에도 인류와 함께였던 그것들은 SF장르가 그려낸 미래에도 여전히 함께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즉, SF 장르가 다루는 주제는 디스커버리의 다큐멘터리처럼 단순히 과학 그 자체나 기술적인 발전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황 속의 인간과 그로부터 얻는 여러 감정이나 교훈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SF 소설인 ‘호시 신이치’ 작가의 ‘쇼트쇼트 시리즈’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다. 호시 신이치는 한 마디로 일본 SF 소설의 대부이다. 평생 남긴 작품만 1000개 이상인 그는 쇼트쇼트 스토리, 즉 초 단편 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였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우리가 흔히 아는 로봇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적 정립을 하며, 로봇에 대한 소설들을 200권 이상 쓴 작가이며 그 중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I,Robot’도 포함된다. 지금부터 이 두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해 알아보자.

호시 신이치와 쇼트쇼트 스토리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스토리를 추천하는 이유는 우선 분량의 경량성에 있다. 기본적으로 쇼트쇼트 스토리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짧은 페이지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20~40페이지 정도이다. 한 작품 당 20~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격식을 갖춘 식사를 한다기보다는 입이 심심해 먹는 초콜릿조각이나 사탕을 먹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접근할 수가 있다.

▲ 호시 신이치의 작품들 중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기묘한 이야기’(그림/좌)와 ‘플라시보 시리즈’(그림/우). 이 이야기들은 쇼트쇼트 스토리(초단편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그의 소설은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들이 많고 이를 통한 메시지의 전달이다. 작품에는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적 장치나 그로 인한 크게 바뀐 미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너무나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 SF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대신 작가는 사람들간의 관계나 사람들을 심리, 감정들에 많은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호시 신이치의 이야기들의 특징 중 한가지는 J씨, H양 등 등장 인물에 이름을 붙이기 보다는 이니셜로 호칭을 만드는 것인데,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그 누구라도 이 이야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다.) 이러한 일상적인 소재나 현실감 있는 전개를 통해 그는 종교나 인간 소외, 혹은 기술이용의 가치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생각거리를 제공해준다. SF 장르의 필수라고 여겨지는 장치들을 이용하지 안고서도 SF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담백한 이야기들은 매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아이작 아시모프와 로봇 이야기들
아이작 아시모프는 작가이기 전에 생화학 분야의 전문가이자 과학해설자이기도 했는데 이러한 경력들이 아마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대 로봇공학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은 ‘로봇 3원칙’은 그가 그의 작품에서 처음 언급하며 탄생한 것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봇’이라는 것의 개념을 아시모프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작품들 중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작품은 ‘바이센티니얼 맨’이다.

▲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의 ‘바이센티니얼 맨’ 영화의 한 장면. 이 외에 영화화 된 아시모프의 작품은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 ‘A.I’등이 있다.

‘바이센티니얼 맨’은 가정용 도우미용으로 만들어진 로봇이 어떠한 원인을 가지지 않고 인류만이 가진 능력인 창조력을 가지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극 중 로봇은 입력되거나 누군가 지시하지 않은 오직 자신의 생각을 통한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또한 로봇은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감정을 가지며 결국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로봇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사람의 신체와 생각, 그리고 감정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흡사 동화 ‘피노키오’와도 유사한 흐름을 가진 이 소설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로봇을 통해 볼 수 있는 휴머니즘이다. 산업혁명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은 인류 문명이 전무한 물질적 번영을 가능케 했지만 또한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가장 본질적인 가치조차 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로봇이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는 되려 인간다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주제를 말하며 독자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준다.

‘바이센티니얼 맨’은 SF 소설이고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첨단기술을 이용한 전투나 엄청난 발전을 이룬 미래도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스토리 전개방식과 사건들은 오히려 한 사람의 삶을 다룬 이야기처럼 낯이 익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읽고 나면 마치 한 권의 아름다운 동화를 읽고 난 것 같은 감동과 인간적인 감정들이 깨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위의 두 작가는 SF 소설의 그릇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담아내었다. 두 작가 모두 SF라는 장르가 가진다고 생각했던 화려함이나 효과들을 사용하지 않고도 많은 것들을 얘기한다. 만약 기존의 잘 알려진 SF영화나 소설에 지쳤다면, 혹은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이야기로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면 ‘호시 신이치’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에 발을 들여보는 것은 어떤가? 분명 이 이야기들은 당신을 부담없이 SF의 깊은 매력 속으로 인도해줄 것이다.

송민근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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