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춤. ‘발레(ballet)’ [김권제 칼럼]

김권제 칼럼니스트l승인2020.07.21l수정2020.07.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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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우아하면서도 일반인이 감히 따라하기 힘든 춤이 여럿이 있겠지만 그중의 압권은 발레이다. 우리가 발레하면 남녀 발레리나의 우아한 동작과 웅장한 무대, 그리고 음악이 떠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수한 연습의 시간을 이겨낸 흉측하게 망가진 발이 떠오른다. 호수 위를 고요히 떠다니는 백조는 겉모습이 우아하지만 물밑의 발은 무수히 헤엄치고 있듯이 우아한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혹사당한 발끝은 가엽기만 하다. 브리테니카 백과사전에 의하면 발레는 ‘순수한 정통 춤 기교인 당스 데콜(danse d'école)에 음악, 의상, 무대장치와 같은 예술적 요소들이 결합된 공연용 춤으로 순수한 기교 자체를 말하기도 한다’라고 되어있다.

발레는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궁중의 연극춤에서 시작하여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궁정 발레로 발전을 했다. 이때 궁정의 사교에서 일어나는 귀족이나 왕족과 같은 상류층들의 춤은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한 음악과 노래, 시가, 야외극 등과 혼합되었다. 발전을 거듭하던 발레는 17세기 잠시 성장을 멈추었으나 프랑스의 태양왕이자 춤에는 일가견이 있고 직접 추기를 좋아한 루이 14세가 발레를 재건하기 위해 1661년 왕립으로 댄스 아카데미를 창립하면서 다시 한번 성장의 불꽃을 태운다. 1661년 코메디 발레가 최초로 공연되면서 장 바티스트 륄리의 오페라 발레를 공연할 직업 무용수를 훈련시키기 위한 학교가 설립되어 왕립 오페라 아카데미에 소속이 되었다. 이들 무용수들은 우리나라의 가면극이나 마당놀이가 양반들의 행태를 풍자했듯이 귀족들의 행태를 모방하여 춤추도록 훈련받았는데 륄리와 발레 감독 피에르 보샹(1631~1719)의 지도로 발레는 공연 형태를 갖추었다고 한다.

18세기에 발레의 기교가 진보하자 장 조르주 노베르는 극을 이끌어가는 수단으로 발레를 이용하려는데 관심을 가졌다. 1760년 그가 발레에서 인물의 성격과 줄거리 전개를 보조하기 위한 무용수의 움직임에 대해서 쓴 ‘춤과 발레에 관한 서한(Lettres sur la danse et les ballets)’은 유럽에서 ‘발레 닥시옹/ 발레극’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귀족 지향적이던 이때의 발레는 18세기말~19세기초 산업, 정치, 예술에 일어난 혁명으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발레의 중심지 프랑스에서는 이전까지 행해진 고전 발레를 따르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했는데 19세기 초에는 마리에 탈리오니와 파니 엘슬러의 낭만파 발레가 유행했다.

우리가 발레하면 떠올리는 동작 중의 하나로 가장 우아한 동작인 한쪽 발 끝으로 서 균형을 잡는 ‘푸앵트’가 도입되면서 발레리나는 최고의 이상적 무대인물이 되었다. 이 시기부터 발레 대본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19세기에 일반화되었고 또한 발레 기법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기본 형식을 갖추면서 사교춤과는 구분이 되었다. 19세기 중반 발레의 예술적 수준이 낮아 졌지만 프티파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등 최고의 고전적 소재를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도입하여 공연함으로써 수십 년 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정통 발레의 위상을 드높였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발레는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많큼 많은 무용수와 지도자를 배출하면서 외국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발레가 최고의 예술 장르로 사랑을 받으면서 일반 대중이 즐기는 예술이 되었지만 처음 왕족이나 귀족 지향적으로 시작되었던 요소들은 여전히 춤에 존재하다보니 타 춤과 구별이 되면서 최고의 우아한 춤으로 남아있다.

이 화려하면서도 귀족적인 춤인 ‘발레(ballet)’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 발레는 그리스어인‘ballizo(춤추다, 점프하다)’가 라틴어 ‘ballo/ ballare(춤추다)’로 정착이 되었다. 라틴어 ’ballo(춤)’가 다시 이탈리아어 ‘balletto’(춤)가 되었고 이 단어가 프랑스어로 유입이 되었다가 1630년경 다시 ‘ballet’로 영어로 차용되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가 음식점 등에 갔을 때 ‘발레파킹(valetpark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본다. 이때의 발레는 ‘valet’로 ‘주차 담당원, 하인, 모자걸이’란 뜻이다. 스펠링도 전혀 다른 단어인 것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김권제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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