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강철비2: 정상회담’(양우석 감독)은 휴전 67년을 넘긴 세계 유일의 분단국 한반도를 배경으로 남측과 북측의 민감한 상황,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그리고 여기저기 눈치를 봐가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본의 교활한 외교 행태를 그린다. 정보는 방대하고 분위기는 무거운데 의외로 코미디도 갖췄다.

장사꾼임을 자처하는 미국 대통령 스무트가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북측의 핵을 포기하게 만들고자 원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북측 국무위원장 조선사 등과 함께 남북미 정상회담을 주선한다. 하지만 회담은 결렬되고, 호위총국장 박진우가 쿠데타를 일으켜 세 정상을 핵잠수함에 억류한다.

세 정상이 현실과 매우 유비적이라는 게 상당히 재미있다. 영화 속 인물과 그 역을 맡은 배우, 그리고 실제 정상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의외로 크다. 모든 캐릭터가 진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자연스레 스무트가 유머를 담당하는데 트럼프를 대입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포복절도할 만하다.

스무트는 아예 대놓고 선사를 독재자라 부른다. “미국에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라며 선사가 부럽다고 말한다. ‘FuXX you’를 입에 달고 살며 심심하면 방귀를 뀐다. 식탐이 강하고, 후안무치하다. 함장실 문을 막기 위해 책상을 들 땐 셔츠가 찢어지면서 헐크를 패러디하기도.

남측에 부정적인 선사는 경재의 허점을 발견하고 “남측 주입식 교육 아직 멀었다”고 비아냥거리더니 이내 “멀다 그러면 안 되겠구나”라고 대놓고 김정은 위원장을 인용한다. 방북 전 경재는 한밤에 주방에서 홀로 ‘소맥’을 마신다. 아내가 다가오더니 “평화회담이 나가리 돼서 그래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경재는 “수학선생이 나가리가 뭐예요?”라고 핀잔을 주고, 아내는 “지름이 10센티인 원의 면적을 구해 봐요”라고 문제를 던진 뒤 못 맞히자 “그것도 못 구하면서 무슨 나라를 구한다고”라며 혀를 찬다. 그 후 급한 일로 장관 둘이 댓바람부터 찾아와 경재 식구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게 된다.

중학생 딸이 용돈을 요구하자 경재가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지갑이 없다. 그러자 한 장관이 5만 원짜리 한 장을 딸에게 준다. 하지만 아내가 그걸 빼앗아 돌려주며 “그거 받으면 아빠 뇌물수수죄로 잡혀가”라고 주의를 준다. 선사는 골초이고 영어에 꽤 능통한데 경재가 통역을 부탁하는 코미디도.

한반도의 주인은 한국인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북측은 중국과 러시아에 연관돼있고, 대한민국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에 있다. 미국이 한국이 예뻐서 우방, 맹방을 자처할까? 천만에! 미국식 제국주의가 배경이다. 러시아 역시 북한에 그런 속셈이고, 중국은 더 나아가 과거의 속국 개념까지 포함한다.

열도에 살아온 일본인들은 대륙이 절실했고, 호시탐탐 노리더니 결국 힘을 키워 조선을 집어삼켰다. 그 역사 속에서 한때 러시아와 중국의 일부까지 차지한 바 있다. 그래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 난제다. 이 영화에서 카게뮤샤(가장무사)와 독도가 매우 중요한 키워드인 이유다.

진우가 쿠데타를 일으킨 배경은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그는 입만 벙긋하면 중국과 북측이 순치관계라고 강조한다. 서로의 생존을 돕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뜻으로 김정일 때부터 거의 사라졌지만 김정은이 집권 후 언급한 적이 있긴 하다. 그런데 한국이 미일 군사훈련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미일 군사훈련은 북측 입장에선 매우 불편하지만 사실 미국의 총구는 중국을 향한다. 진우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이 일본의 한 극우단체에 10억 달러를 송금한다. 그리고 그중 절반이 진우에게 입금된다. 이토록 남북미중일의 관계는 얽히고설켰다. 저마다 카게무샤인 것.

세 정상을 감금한 핵잠수함 백두호가 하필 독도 앞바다 해저에 체류하는 상황도 의미심장하다. 댜오위다오는 센카쿠열도라는 공식적인 명칭에서 보듯 현재 일본이 점유 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일본은 계속 우리 영토인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앞의 절반은 다섯 나라가 각기 다른 입장에서 카게무샤를 심을 수밖에 없는 외교관계를 설명하느라 상황은 급박하고 내용은 복잡하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문외한이라면 초반에 지칠 수 있다는 게 핸디캡이긴 하다. 하지만 세 정상이 백두호 함장실에 억류되면서부터 긴박한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진우의 친동생인 함장 철우부터 전 선원들은 선사가 지도 목적으로 승선했다고 알고 있다. 부함장은 함장보다 훨씬 고참인 베테랑 장기석. 정치적 희생양으로써 강등된 것. 경재가 몰래 함장실의 스피커를 켬으로써 진우와의 대화가 전 선원들에게 알려져 분위기가 술렁이고 기석은 고민에 빠진다.

백두호가 핵잠수함이고 철우가 중국과 일본 양쪽에 줄을 대고 있다는 설정은 놀라운 반전을 의미한다. 기석은 히든카드고, 미국 부통령은 복병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그녀는 대통령을 잃을 위기가 아닌 제 기회로 여긴다. 스무트가 희생양이 된다면 그 당의 인기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

그렇다면 대선에 자신이 나서 무난히 당선될 수 있다고 보는 것.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해저 액션의 완성도가 뛰어나며, 주인공들의 연기가 팽팽해 오락물로서도 훌륭하지만 우리의 역사고, 현실이라 더욱 각별할 듯. 경재의 선사를 향한 “미국과 싸우지 말라”는 간절한 당부에서 숭고미가 흐른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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