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간수문과 이간수문 지나 또다른 수문_광희문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흥인지문과 광희문이 있다. 지형이 낮고, 성벽은 높다. 한양도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옹성(甕城)이 있다. 도성 안 가장 낮은 낙타산과 가장 낮은 곳에 큰 성문이 있다. 더 낮은 곳에 개천이 흘렀으니 수문이 5개 있어 오간수문이다. 경복궁 경회루에서 흘러온 물길이 광교를 지나 흥인지문 아래 오간수문까지 내려와 중랑천으로 모였다. 흥인지문과 광희문 사이에는 낮은 성곽을 보호하기 위해 6개의 치성(雉城)이 있었다. 흥인문에서 오간수문 사이에 치성이 있었고, 오간수문과 이간수문 사이에 치성이 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성벽도 없고, 치성도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간수문은 어디에 있을까...

흥인지문과 광희문 사이에 이간수문이 있다

한양도성을 잇는 4개의 산이 내사산이다. 백악산(북악),낙타산(낙산),목멱산(남산),인왕산이 서울을 감싸며 성곽이 이어져 있다. 산과 산을 이어 성벽을 쌓고, 성벽과 성벽 사이에 성문을 만들어 오고 갔다. 그렇다면 내사산의 물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비가 오면 인왕산과 백악산의 물은 도성 안으로, 또는 도성 밖으로 흘러갔다. 도성 안의 계곡물은 개천으로 모여 동에서 서로 흘렀다. 청계천은 개천(開川)이라 하였다. 개천은 도성의 명당수로 한양도성 젖줄이자, 도봉산에서 내려 온 중랑천을 거쳐 옥수에서 한강으로 가는 출발점이었다. 한양도성 서쪽은 높고, 동쪽은 낮아 수문이 줄지어 있었다. 오간수문,이간수문 그리고 수구문이 그것이다. 이간수문과 광희문 사이 찻길은 옛 물길이다. 그런데 이간수문은 왜 보이지 않을까요?

▲ 흥인지문과 광희문 사이 청계천으로 향하는 물의 통로_이간수문

서울 한복판에서 가장 해발이 낮은 곳이 청계천이다. 흥인지문과 광희문 사이 오간수문을 통해 사대문 안 물은 흘렀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은 길을 찾아갔다. 오간수문 아래 이간수문이 있다. 청계천 아래 수문이 또 있었다. 비가 내리는 이곳은 빗물이 모여든다. 물이 어디서 오나 지켜보니 성벽 위가 바로 DDP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이전에 모습은 동대문운동장으로 그 옛날 대학야구의 메카이다. 그 당시 조명탑을 살려 놓았다.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조명탑 아래 한양도성 성벽이 있고, 치성이 보인다. 그 아래 홍예 2개가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이간수문이다. 상상 속의 동물로 큰 콧구멍처럼 벌렁거리며 힘차 기운을 내품는다. 돌의 크기와 돌 색깔이 600년 세월을 보는 듯하다. 이곳에 있으면 한양도성 옛길을 만날 수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다.

경성운동장에서 동대문운동장 그리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까지

▲ 이간수문의 자리 옛 동대문운동장의 변화_동대문디자인플라자_DDP

이간수문은 일제강점기 경성운동장을 만든다는 미명아래 자취를 감추고 땅속 깊이 묻혀 수문 역할은 커녕 햇빛조차 볼 수 없었다. 이간수문 위로 자전차왕 엄복동의 사이클이 돌았고, 이곳에서 달리기 대회를 하였으며, 추모식등 큰 행사를 하였다. 이간수문의 운명이 딱하고, 이간수문 홍예가 애처롭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사대문 근처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거리가 동대문종합상가 옆 DDP로 탈바꿈하였다. 빌딩과 빌딩 숲 속에 600년 역사가 숨 쉬는 공간이 바로 이간수문이다.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된 수문이 빌딩과 빌딩 사이,덩치 큰 DDP에 가려져 그 진가가 보이질 않는다. 이간수문은 비가 오면 꼭 자기의 역할을 한다. 장마에 웃는 수문이다.

목멱산 물길이 남소문동천 따라 이간수문에 모였다

▲ 빌딩과 빌딩 사이 흥인지문과 옹성이 서울을 지킨다

이간수문 물은 어디에서 흘러 왔을까... 광희문 따라 걸으니 눈앞에 큰 산이 보인다. 앞산이자 남산인 목멱산(木覓山)이다. 비에 흠뻑 젖은 소나무들 사이로 향긋한 향이 전해온다. 물소리도 들린다. 실개천이지만 옛날에는 남소문동천으로 꽤 큰 물줄기 있었다. 지금은 복개되어 보이지 않지만, 한남동과 장충동을 잇는 오르막이 옛 물길이었다. 도성 안과 도성 밖을 연결하는 성문이 남소문이다. 남소문을 통하면 한강으로 가는 길목이었으나 폐쇄되어 광희문이 그 역할을 대신하였다. 목멱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빗물은 남소문동천으로 흘러 이간수문을 지났다. 이간수문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청계천과 합류하여 중랑천에서 만나니 구슬같은 옥수가 한강이 되었다.

▲ 이간수문과 광희문 사이 빌딩 숲 속 성곽과 치성

이간수문을 보이게 하면 좋을 듯하다. 쉽게 찾아 갈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청계천의 도성 끝 오간수문이 자취를 감춘 지금, 새롭게 발견된 이간수문은 서울의 자랑이며, 한양도성의 최근의 역사 흔적이다. 한양도성 안과 밖 수문들의 자존심이 이간수문이다. 성벽이 가장 많이 소실된 동쪽 도성에 가장 큰 옹성이 있는 흥인지문이 있듯, 청계천 아래 오간수문이 없는 물길에 가장 오래된 수문인 이간수문을 만날 수 있도록 해 보면 어떨까. 숨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숨겨 감추어 두었던 지붕없는 박물관에 이간수문을 서울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주자. 또한 서울을 찾는 해외 관광객에게 한양도성의 자랑거리인 이간수문을 알려주자.

여기는 600년 역사와 문화가 깃든 한양도성 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다. 옹성이 있고 치성이 있는 한양도성 물길 속 이간수문이다.

▲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저서)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소장]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지리산관광아카데미 지도교수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외래교수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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