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연인이나 부부 간에 종종 있음직한 대화다. 적당히 사과하는 시늉만 해서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경험을 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미안해, 미안하다고. 이제 됐지?” “지금 그걸 사과라고 하는 거야??" “내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당신한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이런 경우 화해는커녕 상처만 더 커지기 마련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과의 진정성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뭐가 미안한지 알아야 똑같은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변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잘못한 게 있으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똑 부러지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5가지 사랑의 언어’는 저명한 가족 상담자인 게리 채프먼(미국)이 제대로 사과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미안해(유감 표명), 내가 잘못했어(책임 인정), 어떻게 하면 좋을까?(보상), 다시는 안 그럴게(진실한 뉘우침), 날 용서해줄래?(용서 요청) 등 5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화해로 향하는 진정한 사과라는 것이다. 그냥 미안하다고 할 게 아니라 뭐가 미안한지, 무엇을 잘못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당신에게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해요. 내가 당신에게 말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 같아요. 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정말 노력할게요.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절 용서해 주세요.

이 기준에 비춰볼 때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는 제대로 된 사과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사과는 나의 진실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함으로써 화해로 이어질 수 있게 도와주는 촉매제가 된다.

저자의 저서 중에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도 유명하다. 사랑을 전하는 대표적인 5가지 방법으로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을 꼽는다. 사람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랑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파악해서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1의 사랑의 언어가 인정하는 말인 사람에게 선물만 계속 갖다 줄 경우 충분히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랑의 언어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기준으로 행동해야 한다. 사랑의 언어를 점검하는 문항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사과와 사랑의 언어를 제대로 알고 써서 오해와 갈등 없이 행복하게 소통하며 살면 좋겠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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