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수학에서 반올림은 5부터인데, 4에서 올리고 싶은 내적인 유혹을 가졌던 기억은 없으셨는지. 통계를 내다가 이것은 포함시키고, 저것은 제외하자고 의도성을 가져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통계에 고의성이 있어 보이면 신뢰에 금이 가게 마련이다. 최근에 사례가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래통합당 서병수 의원의 “현 정부 들어 부동산값이 얼마나 급등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은 11% 정도 올랐다”고 답했다.

그러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앞서 국토부가 밝힌 수치(14%)와도 차이가 있다며 근거도 밝히지 못하는 통계로 계속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투명하면서 객관적인 부동산 통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해 화제가 됐다.

경실련은 국토부의 통계 ‘14.2%’라는 숫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통계에 사용된 아파트 이름이나 적용 시세를 공개하라고 10여 차례 정보공개 청구 등 공식 질의를 했지만, 정부는 통계법을 앞세워 번번이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1989년 ‘부동산 투기 근절’을 내걸고 출범한 경실련이 통계를 앞세워 정부를 상대로 집중포화를 쏟아 붓는 이유를 주목해 볼만하다. 입맛에 맞는 통계만 내거나 투명하지 않은 통계를 내세우면 현실과 동 떨어지는 정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상 진단을 잘못 파악하는데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보건업계에서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놓고 통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 방안’을 7월23일 발표하자 찬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총파업 등 단체행동 움직임까지 나오는 양상이다.

정부 계획은 현재 의대 정원인 3058명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간 4000명을 한시적으로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추가 양성 의료 인력은 △의사가 부족한 지방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에 종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 내용도 담겨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벌어지는 찬반논란의 핵심은 의사수의 과소여부다.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쪽은 현재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반대파는 의사수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통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기준이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회원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3.5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4명에 그쳐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게 찬성파의 근거다. 정원확대를 반대하는 의사협회는 OECD 통계 가운데 활동의사 증가률을 내세운다.

2012~2017년 동안 우리나라의 활동의사 증가율은 평균 3%로 OECD의 2.5%보다 높기 때문에 의사수를 더 늘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40년에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명까지 늘어 의사 과잉 문제가 도래한 다는 것이다.

그런데 찬성·반대파가 활용하는 OECD통계의 이면을 보면 어이가 없다. 인구 당 의사 수에는 한의사를 포함시키고, 활동의사 증가율에는 한의사를 제외한 통계이기 때문이다. 제 입맛에 맞는 숫자만 내세우는 꼴이다.

특히 의사협회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통계에는 한의사를 의사 수에 포함시키면서도, 한의사에게 의료행위를 제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의사들에게 엑스레이 초음파 등 진단기기를 아예 못 쓰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의사들의 파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국민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제 밥그릇싸움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제각각 통계를 앞세우는 것을 봐도 진정성에 더욱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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