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청춘칼럼=오승종의 입으로 축구하기] 펠레, 요한 크루이프, 마라도나, 호나우두, 그리고 현대 축구의 대명사 메시와 호날두까지. 축구계에는 언제나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들이 있다. 이러한 선수들은 클럽과 국가 대표팀에서 팀을 상징하는 아이콘임과 동시에 상대편에겐 다른 누구보다 위압감을 주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축구팬이든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이런 슈퍼 히어로들이 있기를 바랄 것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영웅을 맞이하는 것만큼이나 영웅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영웅을 보내는 방법이 너무나 달랐던 두 나라의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한다.

서유럽의 두 축구 강국, 프랑스와 독일. 이 두 나라는 이웃나라임과 동시에 한 세대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를 보유했단 공통점이 있다. 아트싸커의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과 전차군단의 사령관 미하엘 발락이 그들이다. 이 두 선수의 존재감에 힘입어 프랑스의 경우 98년 월드컵과 유로2000을 우승했고, 독일은 2002년 월드컵과 유로2008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필드 위의 카리스마라면 둘째가라도 서러워할 그들이었지만 세월의 힘 앞에는 견딜 방법이 없었고, 결국 두 선수 모두 은퇴를 위해 마이크를 드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리고 한동안, 영웅이 떠난 두 나라는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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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을 보내고 맞은 메이저대회 유로2008과 남아공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조별리그 탈락이란 끔찍한 수모를 겪는다. 아름다운 축구로 세계를 호령했던 뢰블레 군단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었다. 이에 반해 발락 없이 치른 남아공월드컵과 유로2012에서 독일은 4강 진출이란 준수한 결과를 냈으며, 그의 은퇴 후인 브라질월드컵에선 우승까지 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물론 한 선수의 부재만으로 그 대표팀의 부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만큼이나 두 이웃국가가 에이스의 은퇴를 서로 다른 자세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선 프랑스에선 지단이 떠난 후 무수히 많은 ‘제 2의 지단’이 탄생하고 사라졌다. 그 선수들은 면면만큼이나 다르게 수비형 미드필더부터 윙 포워드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듯 공통점을 찾기 힘든 이들이 똑같이 포스트 지단으로 불렸던 이유로는 오직 하나만이 추측이 가능하다. 이는 단지 프랑스가 지단을 지나치게 그리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뢰블레 군단의 중원을 빛냈던 폴 포그바 역시 포스트 지단이란 호칭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가 그 누구보다 예술적인 축구선수였던 지단을 잊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수많은 지단들을 데리고도 국제적인 경쟁력이 점점 떨어졌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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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독일은 발락의 그늘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모했다. 발락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시절 독일은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전차군단이란 별명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플레이스타일을 자랑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발락이 참가하지 못한 남아공월드컵부터 독일은 피지컬보다 테크닉을 앞세운 기술 축구로의 변화를 시도했고, 브라질월드컵에선 독일산 테크니션의 대표 주자 마리오 괴체가 결승골을 터뜨리며 정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새로운 도전이 빚어낸 위대한 성과였다. 물론 일부에선 발락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었기에 포스트 발락 역시 간혹 거론되긴 했지만, 프랑스의 그것과는 비교할 정도가 못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20세기의 비극이었던 세계 대전에서 잇달아 패전하며 다시 일어서기 힘들 거라는 평가를 받던 국가 독일. 하지만 라인 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다시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강국으로 일어섰던 모습처럼, 독일은 사령관이 없어진 대표팀에서도 우왕좌왕하는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휘자가 사라지자 어울리지 않는 신예들에게 그의 모습을 씌우려 했던 프랑스는 이어지는 대회에서 불협화음을 만들며 한동안 실망스런 모습을 이어갔다. 에이스임과 동시에 주장이었던 선수를 보낸 후 두 나라가 보여주었던 서로 다른 결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게도 시사 하는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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