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존슨탕]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구석구석 특별한 볼거리가 많은 용산의 이태원 거리. 지금은 세계와 한국이 만나는 퓨전의 메카이지만 일찍이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시절엔 일본군이 주둔했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군이 정착한 곳. 용산 일대는 그렇게 오랫동안 외국군의 땅이었다. 그러다 보니 국경을 넘나드는 정체불명의 음식 하나쯤, 이태원의 맛으로 남을 법 하다.

이태원 거리를 걷다보면 80년대 경양식집을 연상시키는 메뉴판, 그중에서도 존슨탕이라고 하는 생소한 이름이 눈길을 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식자재를 이용해서 만든 음식이 이태원의 대표적인 요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존슨탕! 1966년 존슨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더불어 유명해진 퓨전음식...

부대찌개의 사촌으로 불리는 존슨탕은 재료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존슨탕에는 햄, 칠면조 소시지, 돼지고기 소시지, 감자, 양배추, 파와 고추 그리고 치즈가 들어가며 사골을 우려낸 육수가 들어가 김치와 라면이 들어가는 부대찌개와는 맛이 다르다.

부대찌개가 얼큰한 맛을 낸다면, 존슨탕은 부대찌개보다 담백한 맛을 표현한다.

▲ 좌측 : 존슨탕 / 우측 : 부대찌개

온 국민을 빈민으로 전락시켰던 6․25 전쟁 이후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을 참고 지내야 했던 한국 국민에게 미국에서 원조 받은 식재료는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 냈다. 미군 부대 주변에 버려진 음식물 찌꺼기로 끓여낸, 이른바 꿀꿀이죽으로라도 연명할 만큼 처절했던 시절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보채볼 맥조차 잃은 어린 것을 등에 메고
‘꿀꿀이죽’을 한 통 사서 든 중년 아주머니의 기막힌 변.
쌀 30원어치로 죽을 끓여 8식구가 풀칠하면
점심때 식은땀이 쏟아진다고.
그래도 미군부대의 찌꺼기가 영양이 많다고 우겨대는 그녀...
- 경향신문(1964.5.20.)

이후 초콜릿이며 커피, 햄과 소시지는 미군 주둔지 일대의 음식으로 재빨리 자리 잡아갔고 우리의 찌개 문화에 햄과 소시지는 별스럽지 않게 어울릴 수 있는 재료가 되었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부식물로 끓인 데서 유래된 부대찌개는 1980년대 중반 외식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우리가 만든 햄과 소시지가 듬뿍 들어간 명실상부한 한국인의 음식이 되었다.

부대찌개와 달리 존슨탕은 타지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존슨탕이 서울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울시민에게 사랑받는 음식으로 앞으로 계속해서 자리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방인의 거리에서 태어난 부대찌개와 존슨탕.

관광특구로 변신한 이태원을 대표하는 맛이지만 전쟁을 거치고 개발 드라이브 시절의 이민자들이 빚어낸 서울의 애환이기도 하다.       

<존슨탕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67942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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