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남북해빙 무드를 타고 난생처음 중립지역에서 북한 사람을 공식행사에서 만난 어느 청소년에 관한 얘기가 화제였다. 그가 북한사람을 보고 마음속으로 3번 놀랐다고 전한 내용이었다.

그가 만난 북한 사람은 머리에 뿔이 없고, 짐승처럼 털 부성이 팔뚝을 가진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피부색이 빨갛지 않아 혼란스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북한사람을 빨갱이라고 듣고 배워왔기 때문에 붉은 피부색을 머릿속에 그려 왔던 것이다.

실제로 어르신들 가운데 반공만화를 또렷이 기억해 내는 경우도 봤다. 김일성을 머리에 뿔이 달려있고, 몸에 털이 감싸고 있는 짐승으로 그린 내용이다. ‘뿔 달린 김일성’의 이미지는 한국전쟁 때 뿌려진 삐라의 그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삐라는 전단, 벽보를 뜻하는 영어 ‘빌(Bill)’의 일본어(ビラ) 표현이다. 삐라는 전쟁이나 냉전시대에 가장 대표적인 심리전 매체였다. 적의 마음을 공격한다 해서 ‘종이폭탄’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막대한 분량의 삐라가 뿌려진 기록도 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딱 3일 뒤에 1200만장의 삐라가 제작돼 뿌려졌다고 한다. 미군 극동사령부 산하 남태평양 일대에서 심리전을 담당했던 조직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역사는 전한다.

한국전쟁 기간 중 뿌려진 삐라의 수는 25억~40억장으로 추산된다는 기록이 있다. 미군 극동사령부 자료는 25억장, 국방부 자료는 40억장이라 했다. 최소 25억장이라 쳐도 그것을 펼치면 한반도를 스무 번 뒤덮고 지구를 열 바퀴 돌고도 남는 양이라는 계산도 있다.

▲ 사진=픽사베이

그런 삐라를 요즘에도 본 사람이 있을까. 종이 삐라는 사라졌겠지만, 오히려 더 무차별적이고 시간과 공간에 제한을 받지도 않는 삐라가 횡행하고 있다. 바로 온라인 삐라다.

종이 삐라이든 온라인 삐라이든,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가 상대를 폄하해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고, 둘째 무제한 살포다. 온라인에서는 검색어가 무제한 살포의 도구로 사용된다.

포털사이트 검색에서 ‘한무’ 다음에 ‘ㄷ‘만 쳐도 ‘한무당’이라고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그만큼 검색이 많이 됐다는 의미일 텐데, ‘한무당’으로 들어 가보면 삐라 같은 유치한 표현과 내용에 놀라게 된다. ‘한의사=무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온라인에 도배질돼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에 ‘한무당’으로 올라온 내용의 제목만 봐도 정치 공세 뺨칠 정도다. ‘정부도 ㅂㅅ이네 한무당 건보를 먼저 포기해야지’ ‘일부 한무당의 생체실험’ ‘한의사 믿을 수 있나요? 왜 다들 한무당이라고 하는지 오늘 절실히...’ ‘한의사? 한무당이다 씨발라마!!’...정치배(政治輩)처럼 조직적이고 집요하고 끝도 없다.

제목도 유치하지만 글 내용은 욕짓거리에 가깝다. 대부분 한의사를 깎아 내리고 의사 편을 드는데, 글 수준을 보면 당연히 의사들이 올린 거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의사협회가 연간 수 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한의학을 폄하하는 ‘작업’을 한다는 게 소문만은 아닌 게 분명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고 다짐했던 사람들이 왜 정치를 닮아 가는지 안타깝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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