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결 한의원 노원점 신윤진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손발에 생기는 수족부 습진이라 하면 대체로 주부습진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더 고질적인 수족부 습진으로 한포진이라는 병이 있다. 초기에 손과 발 부위에 수포가 발생하는 급, 만성의 습진이다. 발생 시기 및 진행 경과가 급하게 진행되는 급성과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으로 나뉘는데, 급성이든 만성이든 면역체계나 스트레스 저항력이 좋아지지 않는 이상 잘 낫지 않는다는 전형적 특성을 보인다.

한포진의 경과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피로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의학 이론의 심포와 삼초 경락에 연결된 혈 자리가 있는 손과 발은 가슴의 작용이나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위라는 점에서 손발 질환의 이런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 한포진의 부위와 증상, 점점 확대되는 이유

금속물, 니켈, 약제(피임약, 아스피린 등) 등이 한포진 유발인자로 제시되고 있지만 명확하지 않다. 미용 일을 하거나 금속을 다루는 직업인 경우, 간호사, 제빵, 제과를 주 업무로 하는 사람의 경우 손에 습진이 생기면 특히 괴롭고, 치료 경과가 상당히 좋지 않기도 하다. 염증이 생긴 부위가 자꾸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한포진이 잘 나타나고 시작되는 부위는 대부분이 손이며 손가락 사이사이, 손바닥이다. 손에 심해지면 어느덧 발바닥에도 각질과 수포가 생기게 되고, 발 먼저 올라오는 경우도 있는데 가려움 때문에 흔히 무좀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손등, 손톱 사이 수포가 발생할 경우는 손톱의 변형에 유의하여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한포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가려움증과 수포(물집)다. 가려워 긁으면 수포가 터지게 되고, 상처가 생기는 과정이 반복되면 손바닥이나 손등이 딱딱하게 각화가 되고 주름이 있는 부분이 뜯어져 균열이 발생하여 통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새 피부가 재생되어 올라오면서 낫는 것처럼 보이는데, 얼마 후 이 과정이 처음부터 반복된다. 초반에는 가려움증과 열감, 따끔거리는 느낌 등이 발생하고,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균열로 인한 통증과 건조감, 진물, 피부 껍질이 벗겨진 듯 붉어짐, 손톱 변형, 2차적 세균 감염이 나타난다.

계절성으로 반짝 나타나는 경우는 재발과 반복이 덜 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수포 위주가 아니라 이미 손바닥에 판이 형성되어 있고 각화, 태선화(두꺼워지는 현상), 균열, 인설 등이 자리 잡은 경우는 증상 반복이 일상화된다. 이런 경우에는 치료 기간도 그만큼 오래 잡아야 하며 스테로이드 치료처럼 대증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면 예후가 더 좋지 않다.

또 이러한 시점에 기존에는 없었던 증상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한포진 이외에 팔의 접히는 부분, 목덜미, 체간부(허리, 벨트라인 등)에도 특발성으로 여기저기 가려움증이 생기게 된다, 초반에는 손발에만 증상이 있었는데 병이 더 커진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시점이다. 습진은 굉장히 범위가 넓으며, 한포진은 ‘손발’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급만성의 습진으로 본다. 그러나 한포진 같은 피부질환도 오래 지속되면 아토피처럼 다른 곳에 염증이 올라오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이는 면역체계의 특성상 작은 염증이라도 오랫동안 잡히지 않을 경우, 면역세포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과민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치료로 국소 염증을 억제하거나 치료 없이 방치한 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그간 쌓인 잘못된 섭생이나 습관에 인체는 계속 노화하므로 체력과 면역은 약해지는 방향으로 흐른다. 여기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갑자기 끊거나 내성이 생겨 버틸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면 그때도 폭발적으로 다른 부위에서도 염증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다.

 

● 한포진에 동반되는 타 질환과 스트레스

임상에서 한포진 환자에게 빈번히 관찰되는 동반질환에는 다한증과 지루 피부염, 건성 피부염, 아토피 등이 있다. 한포진이 손발에 생기는 습진이라고 해도, 비단 손발만의 문제로 단순히 접근하면 치료되지 않는다. 전에 아토피 피부염이 있었거나 현재 피부염의 소인이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최종적 악화단계로서 손발에 광범위한 판이 형성되고 진물, 각화되는 증상으로 진행하기 전에 서둘러 체내 상태를 점검하기 권하는 이유다. 피부는 부위에 따라 두께나 모양만 조금 다를 뿐 모두 연결된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동반질환이 쉽게 나타난다.

한포진은 피부에 나타난 질환이지만 스트레스나 면역과 더 관계가 깊은 병이다. 특히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날씨나 환절기에는 악화에 주의를 요하다. 체내 상태 개선 및 장부 간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는 처방을 통해 면역이 정상화되면 결국, 피부 장벽 복구와 염증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재발’을 막으려면 한포진 외에도 몸의 각종 이상 증상들이 좋아질 때까지는 과로나 무리를 삼가고 한동안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피부재생 주기에 따라 한포진 증상은 쉽게 좋아져도 몸이나 굳어져 온 나의 습관은 하루아침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 풀리지 않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완치 후에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을 꾸준히 배양하고, 규칙적이고 담백한 식습관과 수면 패턴이 확립되어야 한포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고운결 한의원 노원점 신윤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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