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신민아 SNS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 정도면 평행이론이다. 걸그룹 AOA 출신의 권민아는 그동안 극한의 감정 대결을 벌여 온 AOA의 다른 멤버들 및 전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와 최근 극적인 화해를 하긴 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사실일까 싶을 만큼 심하게 ‘왕따’를 당했다는 폭로를 잇는 가운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데 이름까지 같은 아이러브 전 멤버 신민아가 그녀와 아주 유사한 사례의 주장을 하며 전 소속사 WKS ENE와 첨예한 법적 다툼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 초 신민아는 아이러브 멤버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 구조됐다고 주장했고, 당시 WKS ENE는 “건강상의 이유로 1월부터 휴식 중이며, 회사는 휴식 중인 신민아에게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기회를 주고자 했으나 회복될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계속 휴가 연장을 허락해 준 상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신민아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해명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신민아는 그치지 않고 멤버들의 괴롭힘에 대해 소속사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며 지난 7월 다시 ‘극단적인 행위’에 돌입했다 경찰에 구조됐다.

신민아의 법률 대리인은 지난달 SBS ‘본격 연예 한밤’에 출연해 “연습생 때부터 괴롭힘이 있었고 법정에서도 충분히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민아는 지난 8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스트레스로 35kg까지 체중이 빠진 탓에 살기 위해 식욕 촉진제까지 먹는다고 밝혔다. 다음날 새벽에는 “병원 치료를 받으며 식욕촉진제를 먹어 현재 39kg까지 찌운 상태인데 너무 힘들다. 열심히 살기 위해 힘내려고 하는데 그래도 힘들다”는 글을 게재했다. 함께 공개한 체중계 사진에 따르면 신민아의 키는 162.1cm, 몸무게는 39kg.

그녀는 “내 원래 체중은 40~42kg이다. 원래도 저체중이었으나 스트레스와 밥을 먹지 못해 네이버 프로필에 기재된 38kg가 됐다. 그리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43kg까지 열심히 늘렸다가 다시 너무 힘들어서 35kg로 빠지게 된 후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식욕 촉진제를 먹으며 현재 39kg까지 다시 찌운 상태”라고 밝혔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WKS ENE가 자신을 업무 방해와 팬레터 절도로 추가 고소했다고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먼저 권민아. FNC가 적극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전의는 무쇠라도 태울 듯 이글거렸다. ‘지민, 설현, 한성호 잘 살아라’라는 글은 섬뜩한 반어법이라는 걸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만큼 살벌했다.

그러던 그녀가 단 하루 만에 ‘다 이해했다’는 식으로 봄눈 녹듯 무장을 해제했다. 단순히 사죄의 말 한마디에 분노가 풀린 것인지, 배후에 어떤 제스처가 있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짐작은 가능한 시추에이션이다.

어쨌든 권민아 사건의 핵심은 어린 연습생들을 합숙시키며 트레이닝해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아이돌 그룹으로 생산해내는 연예 기획사의 안이한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권민아 사건의 외형은 집요하게 진정성 담긴 사과를 요구해온 권민아의 요구를 FNC가 무조건 받아들였고, 그 진정성에 권민아가 감동했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할 때 지민은 노골적으로 권민아를 학대했고, AOA 멤버들과 FNC 임직원들은 수수방관했다는, 미필적 고의의 공범이라는 권민아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 사례를 대입하면 아이러브 멤버들은 WKS ENE의 수수방관 아래 신민아를 ‘왕따’ 한 것이고, 참다못한 신민아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획사는 여러 명의 연습생을 한 숙소에서 기거하게 해놓고 촘촘하게 짜인 프로그램대로 하루 종일 춤, 노래, 연기 등 연예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재능을 습득하게 만든다. 거의 대부분 자유로운 사생활은 불허된 가운데 기획사의 커리큘럼만이 기준이 될 따름이다.

이런 시스템은 자연스레 한 유닛(혹은 팀)의 멤버들의 서열을 정하고, 한 명의 리더를 옹립하게 만든다. 또한 그 리더는 한국의 나이 서열 문화에 따라 나이 순으로 연장자가 맡게 되고 기획사 측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지민과 권민아의 사례가 그런 전형적인 모습이다.

쉽게 말해 과거의 고루한 군대문화와 다름없다. 시대에 뒤떨어지니 사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헌법재판소와 국회의 존재는 법은 시대가 변하면 자연스레 허술해지고, 불합리해진다는 증거다.

아무리 그래도 권민아와 신민아의 SNS를 통한 폭로나 하소연, 그리고 ‘극단적 선택’ 등은 가열하게 법을 움직이거나 강력한 힘을 지닌 여론을 형성하는 데엔 완벽하기 힘들다.

나이와 경험을 떠나 그녀들은 프로다. 법적으로 성인이다. SNS를 유영할 시간에 부모에게 도움을 청한 뒤 함께 경찰서를 찾는 게 순서다. 유능한 변호사를 알아보는 게 더 빠르고 현명하다.

권민아 사건은 잘못 보면 그녀의 적극적인 SNS 활동과 ‘극단적 선택’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녀의 뒤엔 부모, 현 소속사, 그리고 법정대리인 등이 있었다는 사실과 적지 않은 검찰이 실적주의자이긴 하지만 법의 서슬은 퍼렇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구조주의를 창설했지만 자크 데리다는 해체주의를 창안해 구조를 허물었다. 사상에 ‘주의’와 ‘론’이 많은 건 어느 사상도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이긴 하지만 민주주의, 자유론, 자연법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개인의 자유란 불변의 진리와 권민아, 신민아에 비춰 봤을 때 연예 기획사의 케케묵은 아이돌 그룹 관리법은 해체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아이러브 전 멤버들은 지난달 보토패스라는 이름으로 바꿔 데뷔했다. 그룹명은 왜 바꿨을까?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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