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구 제일은행 본점] 일제강점기, 경성의 중심지로 떠오른 남대문로 일대 중앙은행을 마주 보고 남대문로에 들어선 대표적인 민간은행. 서민금융의 전당 舊 제일은행 본점.

화려한 파마머리를 휘날리는 모던걸이
다리에 힘을 주어 포장도로를 밝고 간다
이 일대는 경성의 센터이다.
고층건물이 즐비하여 남대문통이라는 거리를 만들어
근대적 문화도시다운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미츠꼬시 백화점 건너에는 조선은행 앞 광장이 전개되고
광장 동편에 붉은 벽돌로 치장한
경성우편국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 1930년대 남대문로 / 중구誌

1930년대 일본인들이 상권을 장악하며 대표적인 비즈니스 타운으로 탈바꿈한 충무로와 남대문로. 1935년, 이곳에 국내 최초 현상설계 공모 당선작으로 건축된 은행 건물이 들어섰다. 당시 저축예금만을 전담했던 조선 저축은행의 본점으로, 최근까지 금융기관으로 쓰였다.

▲ 조선식산은행의 저축예금 업무를 승계해 1929년 조선저축은행 설립
▲ 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며 접근성이 좋은 남대문로에 부지 조성
▲ 도쿄 출신 건축가 ‘히라바야시 긴고’의 설계안 당선

▲ 1933~1935년 지하 1층, 지상 5층의 네오바로크풍으로 준공

신흥도시 경성에서 국제적인 면모를 갖춘 미쓰코시 백화점과 인접해 장중함을 과시하며 들어선 조선저축은행. 은행 건물로서는 최초로 철골과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한 복합구조이다.

▲ 벽돌조 막벽에 전면(前面)은 조선 화강석으로 마감
▲ 4개의 붙임석조기둥을 처마(Entablature)까지 올리고 기둥엔 홈(fluting)을 새겨 면주의 단조로움 방지
▲ 기둥 머리는 장중한 도리아식으로 처리(좌) / 양끝 대형면에 수직창을 두어 건물의 상승감 극대화(우)

길 건너에 자리한 한국은행 본점이 조밀 조밀하게 설계가 되어있다면, 제일은행 본점은 우선 외관부터, 당시로선 드물게 심플하고 육중하게 지어졌다. 서양 건축사의 흐름 중에서도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그리스 건축의 도리아식 기둥의 외관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정면이 완전한 좌우 대칭으로 되어서 변화가 적은 대신 육중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 한국은행(위)/ 구 제일은행(아래)

1층 객장의 천장에 새겨진 꽃 모양의 석고 부조는 현존하는 근대건축물 장식 중 가장 수려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0년 대대적인 복원을 통해 건물의 역사성을 되살린 결과이기도 하다.

서민은행의 상징으로 애초 출입구의 턱을 없앴고 민간 금융의 시발점으로 줄곧 그 역할을 담당해온 옛 조선저축은행 본점.
80년을 이어온 그 가치는 옛 건물과 함께 고스란히 보존돼야 할 것이다.

    - <구 제일은행 본점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 네이버TV : https://tv.naver.com/v/653749
    ☞ 유튜브 : https://youtu.be/TMrzF7zaD7E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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