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필자의 설명을 들은 어머니는 지금까지 자신이 딸을 위해서 해왔던 것이 딸에게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면서 후회했습니다. 또 자신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딸까지 자신을 실망시키고 또 자신을 떠나가려 한다는 배신감 때문에 견디기 어려워했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의 이런 말을 들은 딸은 자신이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이 어머니에게 그렇게 큰 상처가 되는 줄은 몰랐다면서 함께 울었습니다.

필자는 우선 모녀 관계의 회복을 위하여 어머니에게 딸의 자신과 다른 점을 옳고 그른 판단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딸이 아직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딸이 가진 잠재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대신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을 했지만, 사실 그 과정은 어머니나 딸 모두에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몇 차례의 상담이 계속되면서 모녀는 서로에 대해서 점점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종결하기 얼마 전에 딸은 “어렸을 때는 어머니처럼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어머니처럼 될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그런 열등감이 어머니에게 필요 이상으로 반발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강해 보였던 어머니에게도 말 못 할 아픔이 있고 또 애를 써서 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어머니처럼 살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도리어 마음이 편해졌고, 어머니를 같은 여자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내가 많이 부족하니까 더 많이 분발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해 어머니를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습니다.

상담을 종결하기로 한 날에는 예정에도 없이 아버지가 함께 참석했는데, 그는 “처음에는 아내가 딸의 문제로 상담을 받을 거라고 해서 ‘또 자기 마음대로 하는구나’하고 모른 체했다. 그러나 아내가 예전과 다르게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또 딸도 확실히 밝아지고 있다. 그래서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남들은 지방 근무를 싫어하지만, 나는 아내와 떨어져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 본사로 돌아올 기회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아내와 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얼마 전에 회사에 본사 복귀 신청을 했다. 이제라도 남편이나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상담을 받으러 오겠다."라고 말했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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