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양의 의무를 명시한 효도계약서, 구체적인 작성으로 ‘불효자 먹튀’ 미연에 방지해야 [김도윤 변호사 칼럼]

김도윤 변호사l승인2020.10.14l수정2020.10.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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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사무소 고려 김도윤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최근 재산을 미리 자녀에게 증여한 후 부모가 원하는 만큼 부양의 의무를 하지 않는 경우 자녀를 상대로 재산 반환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효도계약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효도계약’과 관련된 판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는 조건으로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2층 주택 소유권 명의를 아들에게 넘겨줬는데,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챙겨드리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에게 패륜적인 말을 한 아들에게 대법원이 부모가 준 재산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자식이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겠다는 이른바 ‘효도각서’를 작성했기 때문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A씨는 2003년 12월 아들에게 “아들은 부모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주택을 증여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고 1층에는 아들 내외가 2층에는 부모님이 거주했습니다. 그 외에도 A씨는 아들에게 자신 소유의 토지와 주식을 전부 증여해주는 등 지속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한편 A씨의 처는 허리디스크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아들 부부 및 그 자녀들은 주택 1층에 살면서 2층에 사는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공동생활을 하지 않았고, 부모님의 가사를 전혀 돕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들은 부모에게 고급 요양시설에 입원할 것을 권유했고, A씨는 아들이 같은 건물 1층에 살면서도 어머니를 간병하지 않는데, 만약 아내를 요양시설에 보낸 후에는 요양시설로 찾아오지도 않을 것 같아 서운함을 느꼈습니다. 이에 A씨는 아들에게 부동산을 다시 자신의 명의로 돌려주면 이를 매각한 후 남는 자금으로 부모가 살 집을 마련할 것이니,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것을 요구했고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당신이 천년만년 살 것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해. 마음대로 한 번 해보시지”라고 말했다.

결국 A씨 부부는 2014년 7월 주택 2층에서 나와 딸의 거주지를 옮겼고, A씨는 “아들이 부모를 충실하게 부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증여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증여계약은 피고가 원고인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561조가 정한 부담부 증여에 해당한다”며 “부담부 증여에 있어서 부담 의무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비록 증여계약이 이행돼 있더라도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와 원고의 처를 충실히 부양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이를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본인신문 결과, 피고가 원고와 원고의 처를 충실히 부양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가 원고와 원고의 처를 충실히 부양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증여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됐다. 피고는 원고에게 증여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피고 명의로 마쳐진 주택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자녀는 대법원에까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며 자녀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증여’라 볼 수 있으며, 증여의 경우 증여를 받은 사람이 증여를 한 사람에게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 증여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여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로부터 6월내에 해제를 하여야 하고, 해제한다 하더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되어 이미 증여를 한 이후 자녀가 부양의무를 다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시 돌려받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2015년 소위 ‘불효자방지법’인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고도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학대하는 패륜 행위를 할 경우 증여 재산을 반환하도록’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2015년 발의된 불효자방지법은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었지만 2020년 다시 ‘불효자 먹튀방지법’인 민법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부양의무를 다 하지 않아 증여가 해제되는 경우 받은 재산을 모두 원상회복 즉, 돌려주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불효자 먹튀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전통적 효 사상을 법으로 강제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불효자 먹튀방지법이 통과되지 않은 현실에서 위 사례처럼 자녀에게 노후자금을 주고 자녀의 부양을 받고 싶다면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되 만약 자녀가 부양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 재산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일명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만, 효도계약서는 두루뭉술하게 작성할 경우 해석상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구체적으로 어떤 재산을 증여하는지, 재산의 이전 대가로 자녀가 어떤 부양의무를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어떤 것인지, 어떤 경우에 재산을 반환하는지, 재산을 반환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법률사무소 고려 김도윤 변호사)

김도윤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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