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초등학교 시절에 무기를 생각하면서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무기류는 무엇이 먼저 나오고 차례로 발전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그때는 당연히 개인화기인 권총이나 총이 먼저 나오고 대포류 등의 포가 나중에 개발되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사를 배우면서 그 생각이 바뀌어 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말 최무선이 화약을 만들고 먼저 만든 것은 화포였다. 그 화포들이 발전하여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상대로 유용하게 사용하였지만 개인 화기로서의 총은 일본군의 조총을 보고 뒤늦게 발전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땠을까? 유럽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영어로 총을 말할 때 ‘gun’이라고 한다. 13세기 동양의 화약이 유럽으로 전래되기 전까지는 성벽을 공략하기 위해서 큰 바위를 적군에게 날리는 투석기가 있었는데 이 투석기를 ‘gun’이라 했다고 한다. 투석기를 개발하면서 그 때 당시에는 과학과 물리학이 총 동원된 이 첨단의 투석기에 여성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gun’의 어원적 유래를 보면, 중세시대 우리의 경우 ‘영희’같은 흔한 여자 이름이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고 노르드어로 ‘Gunnhildr’인데 독일 지역의 ‘Gundahild(전쟁)’와 동족어다. 이 고 노르드어는 ‘gunnr(전투, 전쟁)’와 ‘hildr(전투)’의 합성어이다. 이 ‘Gunnhildr’가 중세 영어로 유입이 되어서 ‘Gunilda’가 됐다(고대 영어 hild : 전투, 전쟁). 이 단어는 14세기 윈저성을 공격했던 거대한 투석기에 ‘Domina Gunilda/ Lady Gunilda(거대한 석궁, 쇠뇌, 투석기)’로 이름이 붙여졌다. 이 ‘Gunilda’가 중세 영어 ‘gonne’ 혹은 ‘gunne’으로 변형되며 14세기 후반에서 15세기 초 휴대용 소형화기에 이름으로 붙여졌다. 이 단어가 최종 ‘gun’으로 축소되어 정착을 했다.

적의 성벽 및 들판에 포진한 적의 진용을 깨고 살상을 위하여 유용하게 사용하였던 투석기가 화약이 도입되고 대포가 개발되어 대포로 교체되면서도 대포의 이름에 투석기 이름인 ‘gun’이 계속 유지되어 사용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gun’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첨단 무기가 나와도 그 제품에 붙일 새로운 이름도 압도할 만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력을 포괄하는 의미를 가진 단어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대포에서 시작하여 점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 화기로 발전한 것이 한 손에 쏙 쥐어지는 소위 권총이다. 이 권총을 우리는 ‘handgun’이라고 한다. 할아버지인 대포에서 발전되어 나오다 보니 모두 ‘gun’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래서 ‘gun’이라는 단어는 요즘에는 개인 화기의 무기에 붙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대포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같은 의미의 ‘대포(cannon)’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

‘cannon’은 그리스어 ‘kanna(갈대, 속이 빈 튜브)’가 라틴어 ‘canna’가 되었다. 이 말이 고대 이탈리아어 ‘cannone(큰 튜브)’으로 변형이 되면서 ‘cannon’으로 정착을 하였다. ‘cannon’은 이탈리아에서 1326년 이후, 영국에서는 1418년 이후 대포(gun)를 언급할 때 사용하였다. Cannon은 미국 영어에서 cannons가 복수형으로 일반적일지라도 명사의 단수, 복수에 공히 쓰인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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