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서산부인과] 퇴계로를 따라 신당동 쪽으로 가다 보면 광희문 맞은편으로 묘하게 생긴 건물이 눈길을 끈다. 삼각형 예각의 좁은 땅이지만 대로변에 자리 잡아 건축 당시엔 인근의 랜드마크로 계획됐다. 한눈에도 파격적인 조형미를 뽐내는 건물은 ‘선과 지붕으로 기억되는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1922~1988) 이 산부인과로 지은 것으로 지금은 디자인 회사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 김중업이 그린 산부인과 설계도(1965년), 아기를 낳는 병원의 특성을 살려 남근과 자궁, 태아의 이미지 강조

김중업이 역점을 둔 곳은 건물의 수직 동선을 담당하고 있는 램프실. 환자들을 위해 계단 대신 경사로를 설치했고 건물을 감싼 노출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과 대비되게 유리창을 부착했다. 설계 땐 지붕까지 유리를 덮어 천창으로 계획됐지만 당시 시공 기술로는 불가능해 지붕 부분은 콘크리트로 덮였다.

▲ 당시 서산부인과 사진

건물 형태 자체가 자유로운 곡면으로 구성돼 있고 독특한 형태의 창들이 만들어져서 설계 당시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파격적인 설계로 인식됐다. 건물 내부 공간 안에 자궁과 같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걸로 생각된다. 그래서 스케치를 보면 여러 개의 불규칙한 원형, 원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그것이 건물 전체의 공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의미가 건축가의 재치 있는 형태로 구현돼 50년이 흐른 지금도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옛 산부인과 건물.
그 시절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오래도록 그 모퉁이에 서 있길 기대해 본다.

“건축이란 하나의 뚜렷한 사인이며,
인간의 감성에 던져지는 강한 몸짓이기에,
이 자그마한 병원도 강한 몸짓으로 눈길을 끈다.
둥근 면에 뚫린 구멍들이, 살짝 붙여 돌아가는 발코니들이,
삶에의 희열을 또는 태어나는 새 삶에의 찬가를 부른다.”
                               - 김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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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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