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옛날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힘과 무기를 다루는 기술이었다. 그만큼 우수한 장군이 있으면 승리의 확률이 높아진다 하겠다. 양 진영의 장군들이 일대일로 붙어서 한 쪽이 이긴다면 상대방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리라. 그렇지만 이런 상황을 무색하게 만든 것이 이전에는 활이었겠지만 화약의 발명으로 발달된 개인 화기인 총의 발명이었다. 총이 나오면서 인간의 힘과 무기를 다루는 기술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서로 맞붙어 몸으로 싸우는 백병전이 벌어진다면 모를까.

세계의 전쟁사에서 총이 처음 발명되어 실전에 배치되었을 때 이슬람과 유럽이 전쟁을 하였는데(전쟁 당사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슬람의 장군이 화려한 비단옷에 언월도를 휘두르면서 적진으로 혼자서 말을 타고 돌진을 했다. 그는 상대가 총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치도 못한채 예전처럼 혼자서 적진을 유린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한 것이다. 그 이슬람 장군을 총 한방에 보기 좋게 보내 버리면서 적군의 사기를 꺽고 전쟁에서 승리하였다는 것을 중학교때 읽은 적이 있었다.

전쟁의 판세를 좌우하는 놀라운 발명품 중의 하나가 기관총이다. 방아쇠를 당기고 있으면 장착된 탄창 속의 총알이 모두 한번에 연속 발사되는 기관총이 세상에 나왔을 때 소총과 대포로 싸우던 전장터의 보병들에게는 공포와 전율 그 자체였다. 한발을 쏘고 또 한발을 장전하는 소총에 비해서 한번에 연발로 수백, 수천 발을 발사하는 그 속도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여러 종류의 기관총이 있겠지만 Hotchkiss가 발명한 기관총은 그의 이름을 따서 ‘Hotchkiss gun’이라 불린다. 물론 기관총을 영어로는 ‘machine gun’ 혹은 ‘maxim gun(맥심 속사 기관총)’이란 표현도 있다.

미국의 발명가이고 공학자인 벤저민 버클리 호치키스(Benjamin Berkley Hotchkiss)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철물 공장에서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데 1850년대부터 하트포드에서 총기 제작사로 일하며 콜트 리볼버와 윈체스트 라이플을 만들었다. 1867년 프랑스로 가서 군수품 공장을 차리고 회전 포신 기관총(Revolving barrel machine gun)을 개발했는데, 프랑스에서는 2차 세계대전까지 기관총류는 대부분 ‘호치키스건’이라고 그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는 또 하나의 유용한 물건을 개발했는데 소위 지철기라 불리는 여러 묶음의 종이를 장착된 철핀을 눌러서 한번에 제본하는 ‘Stapler’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스테플러’를 ‘호치키스’라고 불렀다. 그때는 왜 호치키스라 부르는지도 모르면서 불렀다. 이제야 그것이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지금도 스테플러를 호치키스라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 ‘스테플러’ 혹은 ‘지철기’로 부르는 것이 바른 언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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