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아무리 뛰어난 전사도 비오듯 쏟아지는 화살이나 수십명의 적에 둘러 쌓여 있을 때 적의 창이나 칼에 상처를 하나도 입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치명적인 상처는 최소로 줄이고 전투력은 높일 수 있도록 입는 것이 갑옷과 투구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면 “갑옷은 전투에서 사용되는 보호장구”로 적의 화살, 창, 작살, 칼, 총알 등을 빗나가게 하거나 충격을 흡수하는 데 쓰인다. 갑옷의 종류는 첫째는 가죽이나 직물을 이용한 갑옷, 둘째는 철/ 강철 고리를 엮어서 짠 소위 미늘 갑옷인 쇠사슬 갑옷, 셋째는 금속, 나무, 플라스틱과 짐승의 뿔처럼 단단한 물질로 만든 갑옷으로 중세 기사들의 판금 갑옷이 이것이다. 이 갑옷은 큰 강철/ 쇠판을 대갈못으로 헐겁게 연결하고 안에 가죽을 대어서 최대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인간은 언제부터 갑옷을 입었을까? 선사시대 전사들은 짐승 가죽과 투구를, B.C 11세기 중국 전사들은 5~7겹의 코뿔소 가죽 갑옷을, 13세기 몽골 전사들은 소가죽 갑옷을 입었고 우리 조상들도 동물가죽이 주 재료였으나 조선시대에는 종이를 여러겹 겹친 갑옷도 입었다. B.C 5세기 그리스 중장비 보병대는 아마 섬유를 겹친 허리갑옷을 입었고, 인도 북부에서는 아마포를 누빈 외투를 19세기까지 입었다.
쇠사슬 갑옷은 정면에서 찌르는 공격에는 취약했지만 자유로운 몸의 움직임에 따라 갑옷이 움직이고 휘두르는 칼날은 비교적 잘 막을 수 있었다. 로마 제국 전역과 그 인접국들은 대부분 단순한 셔츠 모양의 쇠사슬 갑옷을 입었는데 12~14세기에 서유럽의 주요한 갑옷이었고 인도와 페르시아에서는 19세기까지 셔츠 모양의 쇠사슬 갑옷을 입었다. 철판 갑옷은 고대 그리스인
(청동의 허리 갑옷, 정강이받이, 긴 투구)과 로마인들(4~7개 강철고리의 원통형 허리 갑옷)이 사용했다. 13세기경 자유로운 판금 갑옷이 등장하자 쇠사슬 갑옷은 14세기에는 완전히 사라졌고 판금 갑옷은 처음에는 무릎, 팔꿈치 및 정강이를 보호하는 정도였지만 후에는 여러 철판으로 몸을 완전히 덮는 갑옷이 개발되었다.
판금 갑옷은 16~ 17세기에 소형 화기의 성능이 개량되자 더욱 두껍게 만들었는데 역으로 기동성이 떨어져서 쇠퇴했다. 허리 갑옷과 투구는 17세기에도 계속 사용되었지만 판금 갑옷은 18세기에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갑옷의 일부인 투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재등장했고 그후 군인들의 필수장비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갑옷이 일부 사용되었는데 이제는 금속 대신 유리 섬유나 나일론 섬유 등으로 만든 방탄조끼가 갑옷을 대신하고 있다.
몸의 주요 부분을 다치지않게 방어하는 ‘갑옷(armour/ armor)’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armour/ armor(갑옷)’는 어근 ‘arma(무기, 복장)’에서 나온 라틴어 ‘armatura(무기, 장비)’가 1297년 고대 프랑스어 ‘armoire(전투에서 방어용으로 입는 것)’로 유입이 되어서 ‘armour/ armor(갑옷)’로 최종 정착을 했다. 이 단어가 중세 시기에 영어권으로 차용이 되어 최종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