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국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가을꽃으로 꼽히는 코스모스는 겉모습과는 달리 아주 비범(非凡)한 이름을 가졌다. 바람이 불 때 살랑살랑 일렁이는 모습 때문에 우리말로는 ‘살사리꽃’ 또는 ‘살살이꽃’으로 불리기도 한다지만, 코스모스란 이름이 대세다.

원산지는 멕시코이고 18세기말 스페인 탐험대가 씨를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 식물학자인 카바니예 신부에게 주었고, 이것을 재배해 이름을 코스모스 비핀나토스 (Cosmos bipinnatus)라고 지었다는 유래가 있다.

여덟 개의 꽃잎이 질서 정연하게 똑바로 나 있기 때문에 ‘우주’, ‘질서’라는 뜻의 코스모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꽃잎이 질서 정연한 게 어찌 코스모스뿐이랴.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코스모스 꽃 축제가 열린다는 건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주 기원(起源)’에 관한 궁금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혹시?

‘코스모스’란 7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서적이 10년간 과학 베스트셀러 부동의 1위이자 현세에 가장 많이 읽힌 과학 교양서로 꼽힌 이유도 인간의 존재 기원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한 건 아닐까.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1980년 발표한 명저 ‘코스모스’에 대한 서평은 요즘도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요즘 책방, 책 읽어 드립니다’라는 TV 교양예능프로그램에서 압도적 신청1위로 선정된 책으로 소개되면서 ‘코스모스’ 인기는 시들지 않는 꽃과도 같아 보일 정도다. 인기 비결은 끝없는 우주를 자신의 시각과 언어로 정리(整理)한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책 제목부터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불가사의한 혼돈(카오스)의 세계가 아니라, 우주는 기하학처럼 질서정연한 코스모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주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도 과학의 축적 때문이다.

칼 세이건은 그리스 에게해의 군도(群島) 이오니아를 과학이 잉태한 곳으로 꼽는다. 이오니아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불이다, 수(數)이다...주장하면서 우주의 근본을 찾아 나섰다. 특히 기원전 6세기에 활동한 피타고라스는 코스모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타고라스의 조화로운 우주론에서 시작하여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 그리고 현대의 아인슈타인, 호킹을 통해 우주질서가 밝혀지고 있다. 철학에서 시작된 우주의 기원이 과학으로 정리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동양철학의 우주관(觀)은 태초 이전 상태인 태극에서 음양으로 분화됐다고 설명한다. 만물은 다시 오행(물水,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이른바 음양오행설이다.

동양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한의학은 인체를 작은 우주로 보고 있다. 자연에 오행이 있다면 인체에는 오장五臟(심心, 폐肺, 비脾, 간肝, 신腎)이 있다고 파악했다. 천지(天地)와 사방(四方)을 나타내는 자연의 육극(六極)에 빗대 인체에는 담(膽) 소장(小腸) 위(胃) 대장(大腸) 방광(膀胱) 삼초(三焦)라는 육부(六腑)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우주에 질서가 있듯이 작은 우주인 인체도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게 한의학의 시각이다. 밥을 먹다가 잔소리를 들으면 소화가 안 되는 것은 뇌와 위장이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낯선 곳에서 배변활동이 안 되는 건 장과 뇌의 연관관계로 보는 것이다.

발목이 삐었는데 눈썹 안쪽 끝 부위의 찬죽(攢竹)이라는 곳에 침을 놓아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인체를 질서 정연한 코스모스로 보는 한의학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넓게 보면 동양과 서양의 철학에 통하는 게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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