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사람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일까? 기능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게 지적을 하겠지만 심장 못지 않게 가장 손 꼽히는 곳은 바로 머리이다. 가장 중요한 기관이 많이 집합된 곳이기도 하지만 충격에도 취약하다.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사람은 사망하거나 정신이상 등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쟁에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투구를 착용했는데 투구는 머리의 보호뿐만이 아니라 착용자의 개성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장신구 같은 기능도 있었다. 총기류가 진화하면서 갑옷은 사라졌지만 머리 보호를 위한 투구는 디자인과 재질이 발달하면서 오늘날까지도 애용이 된다.

옛날 전쟁에서 갑옷과 함께 착용한 투구는 청동이나 쇠, 혹은 가죽 등의 재질인데 이제는 플라스틱은 물론이고 방탄복처럼 특수 소재를 이용해 만든다. 건설 작업할때 쓰는 보호 모자부터, 소방용 헬멧, 그리고 근래 스포츠가 발달하면서 야구나 모터 사이클,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때 머리에 쓰는 장비도 투구(헬멧)라 불린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자. 옛부터 착용한 투구의 기본 기능은 검, 창, 화살 같은 무기의 공격으로부터 머리, 얼굴, 목 등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옛날 앗시리아와 페르시아 군인들은 가죽과 쇠로 만든 투구를, 그리스 군인들은 청동 투구를 썼다. 로마 제국에서는 다양한 투구가 있었는데 넓은 챙과 구멍 뚫린 면갑의 군인용 둥근 투구와 머리, 얼굴, 목의 방호력을 강화한 검투사 전용 투구가 대표적이다. 북유럽과 서유럽은 초기에는 가죽에 청동이나 철로 보강했는데 보통 챙없는 원추형이나 반구형 스컬캡(skullcap) 형태였다. 이후 철제 투구가 나왔어도 형태는 이어졌다. 1200년경에 나타난 ‘헬름(helm)/ 호움(heaume)’이란 투구는 윗면이 편평한 원통형으로 전투 직전에 스컬캡 위에 얹도록 한 것이다.

1500년경 경첩 또는 중쇠를 이용한 면갑을 투구에 부착함으로써 전투시의 타격에도 이탈되지 않는 다양한 투구들이 사용되었다. 16~17세기에는 챙이 크고 넓게 트인 가벼운 투구가 유행했고 18~19세기에는 화기의 성능이 발달하자 기병들의 투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투구가 사라졌다. 하지만 세계1차대전 초에 포탄의 파편들로부터 머리 보호용으로 현대식 보병 철모가 재등장하였다. 현대의 보병 철모는 총알/ 포탄의 파편이 표면에서 충격없이 튕길 수 있도록 둥근 반구형으로 만든다. 중세의 페르시아, 투르크, 인도에서 발달한 원추형의 철제 투구는 주조기술이 우수하고 상감 기술도 정교하여 예술품으로 평가된다. 티베트와 중국, 우리나라에서는 청동, 가죽 등으로 만든 투구가 수세기 동안 사용되었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머리를 감싸서 보호하는 ‘투구(helmet)’란 말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helmet’은 인도-유럽 공통 기어 ‘kelmo-s(덮다, 감추다)’가 게르만 조어 ‘helmaz(보호방어)’로 유입이 되었다. 이 말이 고대 영어와 게르만어 ‘helm’로 변형이 되었고 다시 중세 영어를 거치면서 최종 ‘helmet’으로 정착을 했다. 영어에서는 15세기 이후 서서히 고대 영어의 ‘helm’을 대체하여 ‘helmet’이 일반어로 정착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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