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오지환이 병역대체제도의 수혜를 입자 대표팀에 발탁된 배경에 대해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실제 대회 내내 그리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인 바 있다. 그 후 방탄소년단 등 국위를 선양하고 외화를 많이 벌어들인 연예스타에게도 병역대체제도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중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내야수 김하성은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외국 선수 중의 하나인데 그가 MLB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 중 시작하는 연봉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고될 만큼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실력과 나이(25살)도 있지만 뭣보다 병역대체제도로 군 복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병역대체제도는 양날의 검이다. 인식론적으로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이 쉽지 않은 법과 제도의 난문제다. 군사독재 정권인 박정희 시대에 시작돼 유사한 정권인 전두환 시절에 보완을 거쳐 이른바 ‘촛불정권’이 집권한 이 시대에까지 논란을 야기할 만큼 사회적 문제로 잔존한다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그러니 양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특례 대상에 ‘딴따라’를 포함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도 변한 수준이 상전벽해다. 방탄소년단이 손흥민보다 축구 외에 못할 게 뭔가? 결국 국회는 또 병역대체제도를 손질, 보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형평성의 숙제는 남았다.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는 전체회의에서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받는 입영 대상자에 대해 군 징집과 소집을 현행 29살까지에서 30살까지로 미룰 수 있도록 한 병역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른바 ‘한류스타 병역특례법’.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달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모종화 병무청장은 “대체복무는 더 확대돼서는 안 되고 축소돼야 한다.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대한 가장 높은 수준의 추천 기준을 마련하고, 또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연령의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갖고, 국방부와 문화체육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던 것. 해당 법안은 추후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령이 개정되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대를 만 30살까지 늦출 수 있게 된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은 병역 특례로 ‘예술·체육요원’(보충역) 편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 분야 대상자를 ‘순수 예술인’으로 한정한 것 등 ‘대중 예술인’을 ‘순수 예술인’ 및 체육인과 차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함무라비 법전에서 가장 유명한 논거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이 법에 기준할 때 살인자는 즉각 사형이 답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선진국일수록 사형제도가 폐지됐거나 빨리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법은 사람이 만드는 만큼 완벽할 수 없고, 시대상 역시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헌법재판소가 현행법이 시대적 디자인에 맞는지, 낡았는지 판단하고, 국회가 입법의 책무를 다하게 돼있는 현행 민주주의 제도는 법이 완벽하지 않거나, 시간이 흐르면 인간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인식론이 변하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파르메니데스는 최초로 논리학에 기초한 형이상학을 발견했다는 점에선 위대한 철학자이지만 아버지뻘은 될 법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우렁참에 위기감 혹은 질투심을 느꼈는지 ‘만물은 유전(흘러서 변함)한다’는 그의 주장에 반발해 만물불변설을 강력하게 주창하는 결정적인 패착을 범했다.

강릉에 살면 자주 경포대에 발을 담글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내 발을 적신 바닷물은 지난해 내 발을 감쌌던 그 물이 아니다. 하다못해 동네에 흐르는 야트막한 시냇물조차 찰나가 지나가면 다른 물이다. 즉 변하지 않는 건 없다.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38억 년 전 우연히 수소와 먼지의 결합으로 생겨난 단세포 생물이 오랜 세월 진화를 거쳤고, 드디어 4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발전했기에 인류가 있게 된 것이다.

박정희 정권이 병역특례법을 만든 1973년은 베트남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였고, 종전 20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고위직이 모두 직업군인 출신이거나 군사문화를 인식의 준거틀로 삼는 이들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래서 병역특례는 엄청난 수혜이자 영광스러운 명예였다. 그만큼 국위선양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훈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간첩과 북풍을 조작하는 시대가 아니다. 북한의 민주화가 아직 요원하긴 하지만 결국 그들도 러시아나 중국처럼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란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병역제도와 군 복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당위성이다. 현 시점에서 군에 입대하는 건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남자라는 자격증, 혹은 그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명예 훈장을 받으러 가는 행로다.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가 극단의 논리로 대척점에 섰던 것처럼 인류는 이런 이원론 혹은 이항대립으로 역사와 문화를 이어왔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립이 힘을 얻는 것이다. 근본주의와 상대주의가 화합해야 한다.

먼저, 군 복무에 관한 한 대체제도라는 특례는 원칙적으로 사라지는 게 만인평등의 원칙을 가진 민주주의에 합리적이다. 다만 현재 국회에 의결된 개정안을 모든 분야의 젊은이들에게 확대해 30살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건 어떨까? 오지환은 실질적으로 면제를 받았는데 방탄소년단은 그저 연기만?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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