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부인이 더 이상 참기 어려워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시아버지가 뇌졸중을 앓은 뒤부터였습니다.

시아버지의 경제활동이 어려워지고 병원 방문과 지출이 늘면서 시아버지에 대한 시어머니의 박대가 심해졌는데, 시부모 간에 부부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시아버지는 아들 부부의 집으로‘피신’을 와서 하루 이틀을 지내다가 돌아간 적이 몇 차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에게 아들 집에서 편하게 지낼 수가 없어서 돌아왔다고 말한 것이 또 문제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시아버지로서는 그렇게 말해서 시어머니의 화를 가라앉히려 했던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인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몸도 성하지 않은 어른을 도대체 어떻게 모셨길래 그러냐?"라고 나무라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자 부인은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웠고, 남편에게 바라던 도움도 받지 못하여 결국 상담실을 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부인의 처지에 공감을 하고 남편과 함께 와서 상담을 받도록 권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부인과 함께 상담실을 방문한 남편은 자기 부모님의 잘못과 참기 어려운 부인의 심정을 전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자식 된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자신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부인에게 그런 내색을 하면 부인이 자신에게 더 재촉을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두 사람 모두 점점 더 불행하게 느낄까 봐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남편의 말을 들은 부인의 반응은 남편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부인은 “남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기 때문에, 지금까지 혼자서만 짐을 감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말이라도 진작해주었다면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필자는, 문제에 대한 부부의 인식과 목표가 다르지 않으면 아무리 힘들어 보이는 문제라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후 몇 차례의 상담 시간을 통해서 부부는 자신들의 의견을 시부모님이 불편해하거나 오해하지 않도록,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부모님에게 ‘월권’과 ‘피신’을 삼가 달라는 의견을 정중하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시부모님은 처음 보는 아들 부부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결국에는 이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원래 부부간의 문제가 없었던 덕분이지만, 시부모님으로 시작된 갈등이 이렇게 사라지자 부부의 사이는 당연히 회복되었고, 온 가족이 기다리던 부인의 임신과 함께 상담도 종료되었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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