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어떤 모임에서 젊은 건축학도와 얘기를 나누다가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듣고 집과 우리의 몸이 어느 면에서는 꽤나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먼저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겨울철 난방을 하려면 석탄 석유 LNG 원자력 등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끌어다 써야 하는데, 패시브(passive)하우스는 집 안의 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화석연료를 크게 줄여가면서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건축방식이다.

‘3리터 하우스’는 패시브하우스의 구체적인 적용사례다. 우리나라 주택(대개는 아파트)의 평균 에너지 소비량은 연간 단위면적당(㎡) 16리터라고 한다. 실제 거주하는 공간이 50㎡이라면 연간 80리터, 100㎡이면 연간 160리터의 기름을 때는 셈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3리터 하우스는 연간 단위면적당 3리터의 에너지만 공급해도 똑같은 난방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아파트의 6~7분의1에 불과한 비용으로 따뜻한 실내온도 유지가 가능한 셈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고도 온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집을 꽁꽁 싸매는 것이다. 열이 실내보다 온도가 낮은 실외로 새나가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비법이다. 단열성능이 뛰어난 재료를 써서 외벽을 가급적 두껍게 하고 틈새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고기밀(氣密) 창호가 사용된다.

실내 열을 외부로 뺏기지 않도록 다 막아버릴수록 패시브하우스의 성능은 더 뛰어나겠지만 실내에 사는 사람은 숨을 쉬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폐열회수형 환기장치라는 것을 이용해 오염된 실내공기를 내보내고 신선한 바깥 공기를 받아들이는데, 그 과정에서 열손실이 나지 않는 게 패시브하우스의 핵심기법 가운데 하나다.

겨울철이면 우리는 보온성능이 좋은 외투를 입는데, 집에 비유하면 패시브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옷이나 장갑, 양말 등으로 몸을 감싼다고 해도 외부 공기와 노출되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다.

얼굴을 건물로 치면 외벽이나 창문에 비유할 수 있다. 건물 외벽도 스킨(skin)이라고 표현한다고 하니 참으로 공교롭다. 외부 찬 공기에 접하는 건물의 외벽과 창문이 열손실에 가장 큰 영향을 받듯이 우리 몸도 피부, 얼굴 중에서도 코가 외부 공기와 접촉을 많이 하는 곳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추운 겨울에 털모자를 쓰거나 목도리를 두르면 패시브하우스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인체의 열을 뺏기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부활동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됐지만, 겨울철에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는 코가 인체의 창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창문을 통해 외부의 찬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듯이 코를 통해 공기가 바로 들어가는 곳은 폐다. 환절기가 되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추위에 반응하는 질환이 많은 것은 코와 폐의 역할 때문이다. 코와 폐가 외부 공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패시브하우스에선 이중창, 삼중창에다 틈새를 없애 단열성능을 높이지만, 코와 폐에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사람과 건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호흡기 건강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는 검색으로도 알 수 있다. 관건은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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