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하늘이 내린다는 한 나라의 왕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조금 다르지만 절대 권력자라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의하면 ‘왕(king)’은 한 국가 또는 한 지역의 최고 통치자인 군주로서 일정한 지역을 다스리는데 그 위에 황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세속적 통치자보다 지위가 높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일반적으로 'king'을 사용하며, 우리 조상들은 '왕' 또는 '임금'이라 했고 이탈리아에서는 고대 로마 이래 'Rex'가 왕을 뜻하는 등 명칭에 있어서 언어와 전통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세습되며 단일군주제의 형태였다. 일반적인 ‘왕’의 정의는 왕국의 군주로 '국왕'이라 칭한다. 업적이 출중할 경우 ‘대왕’이라 칭해진다.

왕은 국민과 신 사이의 매개자 혹은 고대 수메르처럼 신의 대리자로 여겨지기도 했다. 때로는 왕 자신이 신처럼 신성시되기도 했으며 신의 희생 제물로서 왕이나 공식적인 대리자의 죽음이 요구되기도 했다. 이집트에서 전래된 이러한 신성의 개념은 헬레니즘 시대의 특징으로 뒤에 로마 황제들에 의해 부활되었는데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들은 신의 대리자로서 권위를 인정받았다. 중세의 정치이론에서도 왕위는 처음부터 성직과 어느 정도 유사한 것으로 간주가 되었다. 16~18세기의 절대군주들은 국가주의적인 교회를 세워 자신의 힘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17세기부터 왕의 권력이 신보다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왕위가 헌법화되었다.

동양에서는 중국 은나라 갑골문에 이미 '왕'이라는 글자가 나오며 상나라와 주나라에서 군주를 왕이라 칭했는데 천자의 칭호였다고 한다. 전국시대에 제후들이 왕이라 칭하면서 그 존재 가치가 낮아지자 전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영정은 스스로 ‘황제’라 칭했다. 이후로 중국의 왕들은 황제로 불렸는데 왕은 자연스럽게 그 아래의 호칭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처음에 독자적 용어를 사용했는데 고조선의 '단군왕검'은 제사장의 ‘단군’과 정치적 지배자 ‘왕검’을 합성한 말이다. 고유한 왕의 칭호를 가진 삼국은 고구려는 ‘개차’, 백제는 '어라하', 신라는 ‘거서간, 차차웅, 이사금, 마립간’의 칭호를 거쳐 6세기초 지증왕때 ‘왕’ 칭호가 정착되었다. 고려시대에 들어와 국왕의 중국식 묘호사용이 제도화되었는데 창업지주나 두드러진 공이 있는 경우에는 '조'(祖), 수성지군으로 덕이 있을 경우에는 '종'(宗)을 붙였다. 조선시대는 고려시대와 같이 묘호와 시호를 사용했는데 창업지주는 아니지만 국가적 위기를 넘긴 왕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우에는 선조 등과 같이 '조'를 사용하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유럽의 군주는 황제, 국왕, 프린스(공) 등의 개념을 가진다. 지역마다 독자적인 군주 명칭이 있지만 로마 제국 이후는 황제나 교황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만 ‘왕’이고 승인을 받지 못한 소군주는 ‘프린스’로 불렸다고 한다. ‘황제’가 로마 공화제의 직명을 기원으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영어의 ‘king’ 같은 게르만계의 왕의 명칭은 혈통을 의미하는 kin로부터 파생했기에 보다 혈통이 중시되었다. 로마제국의 황제는 쿠데타 등 힘으로 황제가 됐고 신성 로마제국에서는 선거로 뽑았다. 게르만계의 왕은 원래는 전쟁시에 임시로 선택이 되다 보니 게르만, 슬라브계는 선거로 뽑기는 했지만 왕의 혈통을 중요시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독립한 나라들의 군주는 본래 왕이 없거나 없어진 뒤라 외국 군주의 혈통을 이어받은 일족을 왕으로 추대한 일이 자주 있었다.

그렇다면 신의 대리인이자 최고의 권력자인 왕(king)’이란 단어의 어원은 어디에서 왔을까?

‘임금(king)’은 게르만 조어 ‘kuningaz/ kunungaz(king)’가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cyng/ cyning(king)’으로 변화되었고 다시 중세 영어에서 ‘king/ kyng’로 되었다가 최종 ‘king’으로 정착을 했다.

임금/ 군주를 뜻하는 ‘monarch’는 고대 그리스어 ‘monarchos<monos(only)+archos(leader)>’의 변형인 ‘monarchēs(유일의 통치자)’가 라틴어로 유입되어서 ‘monarchia’가 되었고 최종 ‘monarch’가 되었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여자 왕인 여왕 ‘queen’은 인도-유럽 공통기어 ‘gwḗn(woman)’이 게르만 조어 ‘kwēniz(woman)’가 되었고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cwēn/ cwǣn(woman, 배우자, 여왕/ 여제, 공주)으로 변형이 되었다. 이 단어가 중세 영어에서 ‘queen/ quene/ cwen’으로 되었다가 최종 ‘queen’으로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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