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12마리 동물의 달리기 시합이 있다. 옥황상제가 동물들의 순서를 정해주려는 시합이었다. 경기 전날 모두들 잠든 사이에 살며시 일어난 동물이 있었다. 다른 동물들과 똑같이 출발하면 1등을 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먼저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한 밤중에 길을 떠났는데, 바로 소였다. 밤새 걷고 다음날 또 걸어서 결승선을 앞두고 있을 때 쏜살같이 내달린 쥐가 1등으로 통과했다. 소 뿔 위에 타고 있던 쥐가 뛰어내려 잽싸게 먼저 들어간 것이다.

쥐가 1등이고, 이어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순서대로 12등까지 정해졌다. 한자로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로 불린다. 십이간지(干支)라고 한다.

달리기 시합 결과에 나타난 그 순서대로 한해를 상징하는 열두 띠 동물이 됐다. 2020년은 쥐 띠 해, 올해 2021년은 소띠 해다. 글 쓰는 도구나 저장하는 장치가 적었던 옛날에는 숫자보다 상징동물을 기억하는 게 훨씬 유용하고 편리했을 것이다.

문맹률이 높은 인도에서 선거를 할 때 기호 1,2,3,4번보다 투표용지에 동물이나 나뭇잎 등을 후보자의 상징으로 표시하는 것처럼 열두 띠도 선후(先後)를 구별하는 괜찮은 장치로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라는 십간(十干)과 조합해 날짜나 달, 연도를 세기도 했다.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이렇게 조합하면 60개가 나온다. 육십갑자(甲子)라고 한다.

2020년은 경자(庚子)년, 2021년은 그 다음 갑자인 신축(辛丑)년이다. 60년 전인 1961년은 안 봐도 신축년 일 것이고, 그 해 태어난 사람은 올해 환갑(還甲)이다. 회갑(回甲)이라고도 하는데, 갑자가 돌아왔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상대방에게 나이를 물으면 열두 동물의 띠로 대답했다. 띠에는 은유와 상징이 붙어서 내려온다. 사실 개개인의 이력과 상관이 없었을 수도 있는데 새해에는 마치 덕담하듯이 띠에 대한 상징이 강조되곤 한다.

신축년은 하얀 소띠의 해라고 한다. 하얀 소는 예로부터 신성한 기운을 가졌다고 전해져 흰 소띠 해는 상서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해로 여겨지곤 한다. “꿈에 황소가 자기 집으로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처럼 소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1970년대에 소 1마리를 팔면 국립대학교 4년간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어 ‘소 팔아 대학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대학을 상징하던 단어가 상아탑(象牙塔)에서 우골탑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도 있다.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의미다. 묵묵하고 성실한 면모를 가진 소는 희생과 헌신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올해도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요구된다. 더딜지라도 인내하며 노력해야 하는 건 비즈니스나 건강관리나 마찬가지다. 작심(作心) 한 두 달이 아니라, 습관처럼 익숙해지길 권해 드린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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