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이러한 기하급수적인 기술 진화 속도의 증가의 도달점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기술의 ‘특이점’이다. 특이점이란 1950년대의 전설적인 인물 존 폰 노이만으로부터 시작된 개념이다. 특이점은 기하급수적 증가에서 거의 수직에 가깝게 치솟는 단계를 뜻한다. 다시 말해, 마치 무한대의 속도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단계인 것이다.

예를 들어 커다란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할 때 부피가 사라지고 밀도가 무한대가 되는 점으로서 천체물리학에서의 블랙홀이라는 개념이 특이점에 속한다. 커즈와일은 이 개념을 가져와서 기술의 발전 과정 중 인류 역사의 구조를 단절시키게 될, 기술발전의 속도가 무한히 증가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설명한다.

우리는 정말 이러한 특이점의 시기에 도달하게 될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3가지의 혁명이 전제되어야 한다. 유전학의 혁명, 나노기술의 혁명, 로봇공학의 혁명이 그 세 가지인데, 커즈와일은 이를 묶어 GNR혁명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특이점이 온다>가 쓰여진 2005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당시 인류는 이미 유전학 혁명(G)의 시기에 돌입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예측에 따르면 이들 세 가지 혁명이 순차적으로, 각각 앞서의 혁명의 한계와 그것이 양산한 위험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일어날 것이다. 유전공학의 혁명으로 DNA를 기반으로 한 생물학의 작동 원리를 완벽히 파악하게 되면 더 이상 생물학의 도구만으로는 부족한 시기가 올 것이고, 이 시기를 나노기술, 즉 우리의 몸과 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분자 수준에서 재조립함으로써 이를 극복해 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야기하는 문제는 로봇공학의 혁명, 즉 인간 수준의 지능을 지닌 로봇들의 출현으로 손쉽게 해결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자기 앞에 놓인 어떤 장애물이라도 쉽게 내다보고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GNR 혁명의 마지막 단계인 로봇공학의 혁명과 함께 열리게 될 특이점의 시기는, 다르게 표현하자면 인공지능의 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 순간부터는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주체는 더 이상 우리 인간이 아닐 것이다. 이 순간부터는 기계 스스로가 그 이후의 기계들을 설계하고 만들어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최초의 초지능 기계가 사람이 만들게 될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다’라는 소설가 어빙 존 굿의 이야기는 이러한 현실의 예측에 다름 아니다. 커즈와일에게 특이점이란 우리로선 피할 수 없는 진화의 다음 단계로서, 생물학적 진화 및 인간이 이끌어오던 기술 진화의 뒤를 이어 출현할 단계인 것이다. 이러한 GNR 세 분야의 기술들은 분리된 상태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중첩된 상태로 함께 발전해나간다.

커즈와일로부터 15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는 어떤 단계에 도달해있을까. G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N은 이미 시작되었고, R도 어쩌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회의적인 견해도 있지만, 여전히 특이점이 머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적어도 우리는 우리의 생애에 그 결말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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