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논스톱’(자움 콜렛 세라 감독, 2014)은 리암 니슨의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별 불만 없이 충분히 손에 땀을 쥘 만한 서스펜스 액션이다. 빌(리암 니슨)은 미국 연방항공보안요원이다. 가정에 소홀한 탓에 아내는 떠났고, 딸은 8살 때 병으로 죽었다. 빌은 알코올중독에 정신 상태는 불안정하다.

여느 때처럼 뉴욕발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4만 피트 상공에서 ‘1억 5000만 달러를 입금하지 않으면 20분마다 한 명씩 죽이고 항공기를 폭파하겠다’는 문자 메시지가 온다. ‘이 통신망을 해킹하는 건 연방법 위반’이라고 대응하자 ‘화장실 흡연도 위법’이라는 답이 온다. 파트너 잭이 의심된다.

그러나 잭은 자기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결백을 입증한다. 빌은 기장과 상관 마레닉에게 협박 내용을 알리지만 마레닉은 테러범과는 협상 안 한다고 단호하게 나온다. 빌은 범인을 찾고자 기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옆자리 승객 젠(줄리안 무어)과 스튜어디스 낸시(미셸 도커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다시 잭에게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화장실로 불러들이니 총을 꺼내들고 강력하게 저항한다. 결국 20분이 될 즈음 빌은 잭을 죽인다. 그리고 그의 가방에서 마약이 발견된다. 범인은 아니었던 것. 다시 범인으로부터 20분 메시지가 온다.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가운데 20분 뒤 기장이 독살된다.

마레닉은 범인이 지정한 계좌가 빌의 명의라고 밝힌다. 빌은 범인 색출 과정에서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화이트, 공항에서 자신에게 접근했던 보웬, 뉴욕 경찰 라일리 등을 의심하지만 무고가 드러나고, 각 언론은 정신과 생활이 불안정한 빌이 비행기를 납치하고 거액을 챙기려 한다고 보도하는데.

탑승자 150명의 목숨이 걸린 범인을 찾기 위한 서스펜스 액션 스릴러답게 각종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비행기 폭파의 위협 속에서 생존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안간힘이 큰 재미를 주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큰 덩치를 이용해 상대방을 간단하게 제압하는 리암 니슨의 육탄 액션은 명불허전.

마레닉은 부기장에게 아이슬란드로의 회항을 지시하고 영국 전투기 2대를 붙인다. 도심 상공에서 폭발될 경우 인명피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 빌은 폭탄을 후미로 옮겨 수하물로 첩첩이 쌓아 폭발로 인한 비행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상 8000피트 높이가 최적의 환경이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를 우려한 마레닉은 하강을 불허한다. 만약 명령을 어기고 하강할 경우 영국 공군이 여객기를 격추시킬 상황. 끝부분에서 범인이 드러나면 살짝 허망할 수도 있다. 게다가 모든 범죄엔 명확한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그것마저도 흐리마리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감독은 진범이 드러나기 전까지 무수한 ‘떡밥’을 던진다. 그건 빌의 의심과 연결된다. 그중 하루가 멀다 하고 비행기를 타는 빌이 이륙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 그런 공포와 미신을 리본이라는 부적으로 해결하는 배경, 이륙 직후 낸시가 공포에 떠는 내막 등에 대해 해명이 없는 게 아쉽다.

특히 젠에 대해선 화장실에서 뒤처리 없이 그냥 나온 듯하다. 비즈니스 클래스 창가 쪽에 예약한 좌석이 통로 쪽이라는 점, 그래서 우겨서 빌의 옆자리 창가 쪽에 앉은 점, 화장실의 빈틈을 통해 독살된 기장의 살인범일 개연성이 가장 높았다는 점 등 그녀의 각종 의심 거리는 끝내 오리무중이다.

맥거핀 요소가 강하니만큼 데모크리토스에서 시작돼 퓌론이 정의했고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에 의해 16세기 근세에 되살아난 퓌론주의(회의주의)가 전반에 걸쳐 흐른다. 심지어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던 소크라테스까지 소환하려는 듯 의문과 의심투성이다.

“이 나라가 안전하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범인의 절규는 내내 귓전에 맴돌 것이다. 이렇듯 현대의 우리에겐 모든 게 의심스럽고 회의적이다. 돈을 돌려달란 마레닉의 요구에 대한 빌의 반응이 충격적이다. “어디로 가냐”는 빌의 질문에 젠은 “그건 당신 하기 나름”이라고 답한다. 감독이 던지는 숙제.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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