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 사진 출처=픽사베이

‘2019년 6월10일~2020년 10월13일.’

너무나 빨리 하늘나라에 별이 된 정인이...한창 재롱을 피워야 할 때에 16개월 인생의 묘비명이라니, 새털만큼 가벼웠을 그의 배를 양부모가 짓눌렀다고 떠올리면 숨이 막혀 온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다른 집 아이 흉도 보지 못하게 된다는데, 우리 사회가 괴물을 키운 걸까.

보건복지부 통계 자료를 검색해 봤더니 국내외 입양자수는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 총 국내 입양은 8만864명, 총 해외 입양은 16만7864명이며 국내 입양은 2011년 1548명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에는 387명이다.

우리나라의 입양자수는 매년 줄어 인구 당 대비로 비교하면 미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18년 기준 인구 5천만인 우리나라에서 465명을 입양해 인구 10만명 당 채 1명이 못 되는 0.93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3억 인구의 미국에서는 13만5천명의 아이를 입양해 인구 10만명 당 45명을 입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더 각박하고 팍팍해지는지 입양아수는 줄어들고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2019년 서울시에서만 한 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3571건에 달했고, 전담 공무원에게 배당된 사건은 인당 평균 59건으로 나타났다. 정인이가 살았던 양천구청에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1명이었다고 한다.

물론 입양 아동의 학대문제가 한국 가정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아동이 미국 가정에 입양된 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가 친자관계를 소멸시키는 파양(罷養)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시민권이 없어 불법 체류자로 분류돼 추방되기도 한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미국으로 입양 간 한국 아이는 11만 명이며 이 중 시민권이 없는 입양아는 1만8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방송사 다큐멘터리에서 전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듣다보면 입양이 아니라 양육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딸을 입양해 키운 배우 신애라 씨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입양이 어려운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왜 어려운 것일까. 사랑과 애정이 없으면 깃털 같은 아이도 무겁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자신이 낳은 자식을 키우든, 입양아를 키우든 아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부모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가 봐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가 입양아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인이 사건 여파로 입양 부모들이 오해의 시선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익은 대책이나 법안을 남발하는 것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도가 없거나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사랑이 더 본질에 가까워서다.

가족을 포함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내 몸처럼 사랑하면 될 일인데, 그게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세상에는 악한 사람보다 선한 사람이 많다고 믿고 있다. 우리 한의원 간호사에게 늘 고운 말씨를 쓰는 어느 분처럼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을 보면 세상이 따뜻해 보인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