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철저히 파괴된 미래에서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사투가 그려졌던 Cormac McCarthy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더 로드(The Road)’는 정말로 암울한 환경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길이란 무엇인가? 어떤 이는 ‘길은 앞서간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했다. 멋있는 말이다. 광활한 사막 혹은 정글 속에서 방향을 알 수 없을 때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다면 그것처럼 반가운 것은 없을 것이다.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가 머릿 속에서 떠오른다. 이 시의 주제는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서의 갈등 혹은 선택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말할 때 사람들이 인용하는 시이다. 이 시 속의 두 갈레 길처럼 발자국을 맞이한 방랑자는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 발자국을 따라 갔을 때 더 나쁜 결과가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선 사람을 믿는다면 그 발자국을 따라 갈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이 뒤 따른다면 길은 서서히 완성되는 것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시작은 두려움과 의심이었을지 모르지만 앞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모두 그 길을 걷는 것이다. 그 길을 걷다보면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별 오만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숨겨져 있는 역사의 산실이다. 다만 우리가 그 모든 것을 읽을 수 없을 뿐이다.

하루종일 터덜터덜 지독하게 외로울 정도로 혼자서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걸어서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그 끝길 자락에서 특히 강가의 주막을 하나 만났다 상상해보라. 아주 평화로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동반자인 길은 어디에서 왔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road)’의 어원을 살펴보면 인도-유럽 공통 기어 ’reidh(승마)’가 게르만 조어 ‘raidõ(승마, 길)’로 변화되었고 이 단어가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rãd(승마, 말타고 여행)’로 변하여 최종 ‘road’가 되어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같은 길을 나타내는 ‘way’는 독일어 ‘weg(움직이다, 나르다)’가 고대 영어로 그대로 유입되어서 최종 ‘way’로 되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route’는 어떤 것들이 전해지는 경로나 방법 혹은 여행 등 출발에서 도착지까지 계속 가야할 일정한 길이다. 어원은 라틴어 ‘rupta(via)’가 고대 프랑스어 ‘route/ rote(길)’가 되었고 영어권으로 유입되어서 ‘route’로 최종 정착을 하였다.

‘lane(길)”은 선이 있는 차로나 경기에서의 선을 의미한다. 어원은 인도-유럽 공통 기어 ‘ela-/ el(w)-/ lā-(to drive, 움직이다, 가다)’가 게르만 조어 ‘lanō(lane, passageway)’로 변화되고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lane/ lanu(길, 통로)’이 되었다. 이 말이 중세 영어 ‘lane/ lone’으로 되었다가 최종 ‘lane’으로 정착을 하였다.

‘path(길, 경로)’의 어원은 인도-유럽 공통 기어 ‘pent-(가다, 통과하다)’가 스키타이어를 거쳐서 게르만 조어 ‘paþaz’로 되었다. 이 말이 고대 영어 ‘pæþ’로 유입된 다음에 ‘path’로 최종 정착을 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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