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니스트 씨프’(마크 윌리엄스 감독)는 머잖아 69살이 되는 리암 니슨의 액션은 아직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걸 충분히 입증하는 액션 멜로 스릴러 영화다. 해병대에서 폭파 전문가로 복무했던 톰은 7개 주, 12개의 은행을 털어 모은 900만 달러의 현금을 한 프라이빗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창고 직원 애니(케이트 월쉬)는 이혼 후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한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톰은 연애를 시작하고, 그걸 계기로 불법과 등을 돌리고 착하게 살아간다. FBI는 8년 동안 연쇄 은행털이범을 추적했지만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고, 신출귀몰한 톰을 언론은 안팎 강도라고 부른다.

톰은 애니에게 한 집을 보여준 뒤 결혼해 여기서 살자고 프러포즈하고 그녀는 승낙한다. 착하게 살기로 결심한 톰은 FBI에 전화를 걸어 자수하고 훔친 돈도 모두 돌려줄 테니 감형에 힘써달라고 협상을 제안한다. 그러나 안팎 강도를 자처한 가짜 제보자에게 몇 번 당한 팀장 베이커는 반신반의한다.

그래서 젊은 요원 니벤스와 홀을 톰에게 보낸다. 그들은 톰에게 증거를 요구하고, 톰은 창고 열쇠를 건넨다. 창고를 뒤지던 두 사람은 300만 달러를 발견한다. 니벤스는 그 돈을 챙기자고 제안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은 홀은 순간적인 착오로 그걸 받아들인다. 톰에게 되돌아온 니벤스는 총을 겨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을 여니 베이커가 들어온다. 베이커는 의아한 그 상황을 묻고, 니벤스는 그를 사살한다. 톰과 니벤스가 뒤엉켜 싸우다 건물 밖으로 떨어지고, 때마침 나타난 애니를 데리고 톰은 차로 도주한다. 니벤스는 톰을 베이커 살해범으로 몰고 홀은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는데.

액션을 과장하거나 남발하지 않고 적당하게 펼치면서 매우 현사실적으로 그림으로써 공감을 준다는 미덕이 크다. 액션보다는 궁지에 몰린 톰이 어떻게 부패한 거대 공권력을 무너뜨리고 진실을 밝히는지의 스릴러가 더 강하다. 썩어빠진 권력과 그 배경이 되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경고도 통쾌!

가난한 톰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해 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됐다. 게다가 대표는 그의 퇴직금을 횡령했다. 돈도 ‘빽’도 없는 아버지는 회사의 변호사들을 이길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분노한 톰은 폭파 기술을 이용해 은행을 털었다. 아버지가 평생 번 것보다도 많은 돈이 생겼다.

가장 청렴해야 할 공무원인 니벤스는 300만 달러를 보자 눈이 돌아 “우리 퇴직금”이라며 챙긴다. 평생 뼈 빠지게 일해 봐야 자신들은 정부의 노예일 뿐이라며. 자본주의를 대표하기에 외국인에게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환상을 던져 주는 미국이 그러나 속으로는 얼마나 부조리투성인지 보여 준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생산하는 상품의 가치는 임금을 훨씬 뛰어넘는다며 노동으로 인한 생산물의 가치와 노동의 가치의 차이를 잉여가치라고 명명했다(자본론). 만약 톰의 아버지가 노동력의 가치를 제대로 보상받았다면 톰은 은행털이범이 안 됐을 것이라는 은유는 자본주의의 허점에 매스를 댄다.

‘자본론’은 또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 창출의 과정과 그 잉여의 본질, 즉 부르주아 경제학이 은폐하고 있는 임금 노동자에 대한 자본주의적 착취의 본질을 해명하는 잉여가치론을 펼친다.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팔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자신이 창출한 가치보다 훨씬 적다”

‘잉여가치의 심화는 노동착취율의 끊임없는 증가, 기술 개발을 통한 이윤폭의 확대, 식민지 침탈로 이어지는 제국주의 정책 등으로 확대됨으로써 지배자인 자본가와 착취당하는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심화돼 결국 극심한 계급투쟁이 발생한다’는 마르크스의 논리는 톰과 니벤스를 보면 일부 옳다.

이 심오한 메시지는 청렴한 요원 마이어스의 이혼 후 남은 애완견의 우화로 이어진다. 부패 공무원은 개만도 못하다는. 게다가 900만 달러의 거금도 휴지 보듯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여자’ 애니를 통해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란 테제를 던진다. 손에 땀이 나고 마음은 따뜻해지는 영화. 3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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