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말고 [홍무석 칼럼]

홍무석 한의사l승인2021.02.15l수정2021.02.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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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코로나 시대가 설 명절 연휴를 집콕으로 만들었다. 세배도 동영상으로 드리고, 세뱃돈은 카뱅으로 주는 시대가 됐다. 한두 번 정도 온라인 명절을 더 지내다 보면 동영상 세배가 아예 세시풍속(歲時風俗)으로 굳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명절 귀성·귀경 등으로 이동하는 시간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보면 TV에 눈이 가기 마련이고, 설 연휴 때면 등장하던 몇몇 단골 프로그램도 사라진 걸 느끼게 된다. 대표적으로 세계서커스대회,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녹화방송, 홍콩무협영화가 시나브로 보이질 않는다.

서커스대회 TV녹화는 캐나다에서 1984년 설립된 이후 세계 60개국, 450여 도시에서 약 2억명의 관객을 유치했다는 ‘태양의 서커스’ 등장이후 밀려난 거 같다. 피겨대회 중계는 김연아 선수가 2009년 ‘피겨여왕’에 즉위하면서 시청자들의 안중에 시시해졌을 게다.

홍콩무협영화는 TV재방영은 고사하고,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영화제작 자체가 사라진 거 아닌가 싶다. 요즘의 K-드라마 못지않게 당시 한국에서 사랑받던(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홍콩무협영화가 공룡 멸종하듯 아예 자취를 감춘 건 왜 일까.

▲ 사진 출처=픽사베이

우선 너무 빤한 스토리 전개가 한계를 맞은 건 아닐까 싶다. 홍콩무협영화 줄거리는 공식처럼 거의 정해져 있다. 자식이 무술 격투 끝에 죽는 아버지의 모습 목격→원수를 갚기 위해 무술 수련 정진→복수 성공 후 한마디를 외친다. “아버지! 원수를 갚았습니다.”

그런데 홍콩무협영화 아류는 끝날 줄 모른다. 원수와 복수가 끝없이 반복된다. 자꾸 빠져 들다보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게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심리가 새겨지게 때문이다. 특히 본래 함무라비 법전의 의도와는 달리 보복의 증폭이 더욱 우려된다.

널리 알려진 대로 함무라비 법전은 기원전 1792년 즉위한 바빌론 왕조의 6대 국왕 함무라비가 그의 만년인 기원전 1750년(추정) 제정한 성문법이다. 오늘날 중동의 거의 전 지역을 정복한 바빌로니아 제국의 왕은 법에 의한 통치를 앞세운 것이다.

역사학자 주경철 교수에 따르면 함무라비 ‘법전(Code)’이라고 부르지만 282개조의 내용들은 오늘날과 같은 체계적인 원칙에 따른 법조문과는 거리가 멀고 여러 지역에서 행해졌던 판결 사례들을 수집하여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정성과 균형을 강조하려는 느낌을 받는데, 대표적인 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표현하는 동해복수법(同害復讐法·talion)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눈을 멀게 한 사람에게 자신의 눈을 멀게 만드는 처벌이 왜 공정하다는 것일까.

▲ 사진 출처=픽사베이

성서학자의 의견을 빌리면 눈을 멀게 했으면 눈만 멀게 해야 하는 법이기 때문에 공정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상해(同害)만 허용된다는 의미다. 눈을 멀게 했는데, 이까지 상하게 하는 것을 방치했을 때 예상되는 보복의 연쇄를 막는 게 함무라비법의 제정취지였다는 설명이다.

보복의 고리를 끊어야 이웃사랑이 생기고, 이웃사랑이 넓어지면서 원수까지 사랑하는 정신으로 커갔다고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에서 빌린 돈을 3개월 안에 갚지 못할 경우 허벅지 살 1파운드를 떼 내겠다는 채무계약은 살을 떼 내되 ‘피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판결로 낭패를 보게 된다. 함무라비 법전의 공정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세상은 변해 가는데,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고 증오심마저 불러일으키는 홍콩무협영화가 설 연휴 TV프로그램에서 물러난 것은 시대의 흐름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무려 3770여년이 지난 요즘, 함무라비 법의 정신이 시대에 걸맞게 성숙해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홍무석 한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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