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식 박사

[신수식 세상 읽기] 12월 29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남북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에 내년 1월 중으로 대화를 갖자고 제안했다. 통일준비위원회 정부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 중에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적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 만남을 통해 설 전에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통일준비위원회 정부측 부위원장과 정종욱 민간측 부위원장이 서울이나 평양 또는 기타 남북이 상호 합의한 장소에서 북측과 만나기를 바라며 우리의 제안에 북측이 적극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남북대화 성사 시 다룰 안건으로 ▲남북한 간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전사업과 스포츠 교류 등 민간교류 확대 ▲광복 70주년 기념 남북축구대회, 평화문화예술제, 세계평화회의 개최, 남북문화협정 체결 ▲이산가족 생사확인, 서신·영상편지 교환 및 정례적 상봉 등을 제시했다. 또 ▲DMZ(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작업 착수, 국제기구와 남북협조 하에 DMZ 생태계 공동 조사 ▲보건·영양개선사업 및 생활 인프라 개선 등 개발협력 추진 ▲산림녹화·생태·환경보전, 수자원 공동이용 등 융합적 사업 확대 ▲통일시대 법률과 제반 제도 준비 ▲나진·하산사업 등 경제협력 사업 추진 등을 제시했다. 남북대화제의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필자는 냉전체제가 붕괴 한 이후 25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체제에 함몰되어 단 한 발자국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는 대립과 갈등의 한반도 현실에 정말 답답한 마음뿐이다. 이미 지금까지 들어선 한국의 정부마다 이러한 제안은 지속되어 왔지만 그 어떤 진전도 없이 기존의 행태와 상황이 반복되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과 다른 변화가 없다면 이번 박근혜정부의 대북 대화제의도 북한에서 응하든 또는 응하지 않든 간에 그 결과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박근혜정부는 북한에 대해 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 드러스텐선언 등 여러 가지 제스처와 발언을 보였지만 남북관계는 오히려 더 후퇴되고 악화되는 결과로 전개되어 왔다.

필자는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게 국가와 국민적 차원에서 남북관계가 어떻게 설정되고 추진되어야 하는 이익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인지 냉철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중대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남북대립과 갈등이라는 냉전체제의 유지는 역사적 부끄러움을 비롯해 천문학적인 분단비용을 지불해 오고 있다는 사실에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다음으로 이미 언론에서도 보도가 되었듯이 서해를 점령한 중국어선 때문에 어민들이 생존권보장을 내걸고 데모에 나서는 가운데 동해도 중국어선이 점령해 버렸으며 이로 인하여 거의 모든 고기잡이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이 중국에 북한연안 입어권을 팔았기 때문으로 우리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주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미 내외신 보도와 뉴스를 통해 확인되었듯이 나진과 선봉을 비롯해 북한의 주요 도시에 중국자본이 들어와 점령하고 있고 북한의 지하자원 또한 중국의 점령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일컬어 사람들은 북한이 중국의 한 성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잘 확인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미래에 분단된 한반도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자원이 없는 우리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은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심각한 세계경제의 불황의 지속과 함께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가장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이미 우리 대한민국은 장기적인 저 성장기에 접어들었으며 대외 및 세계경제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전환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후진국가고 가난한 국가라는 사실이다.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서 확인되었듯이 현재와 미래적 관점에서 북한은 우리 기업들에게 중요한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이 지구상에 몇 안 되는 경제적 매리트를 지닌 지역가운데 하나다. 물론 북한도 남한의 기업들이 진출하면 경제적으로 얻을 것이 많을 것이다. 이제 남과 북이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 바로 상호 협력이다.

지금 세계는 무한경쟁이라는 치열한 국익보호와 이익추구에 이념도 체제도 문제가 되지 않고 자신들의 국가이익에 모두 총력을 기우리고 있다. 이념과 체제가 다르고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지난 50년이 넘게 유지해 온 미국과 쿠바가 최근에 국교를 맺고 외교적 정상화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를 잘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21세기 지구촌의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은 왜, 무엇 때문에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과 그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냉전적 체제를 고수하며 대립하고 갈등하며 국력을 소모하고 있단 말인가? 필자는 지난 70년이 결코 적은 세월이 아니다. 물론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의 트라우마가 결코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머물러 있어서도 안되며 이제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남과 북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라도, 국가 및 민족, 국민의 공동체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세계사적 추세와 흐름인 무한경쟁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남북 모두의 정치권력을 잡은 정치세력들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남북대화부터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성사되어야 하며 진솔한 대화를 통해 남북이 협력해 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바이다.

현재 우리 한반도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가장 본질적인 남북간 통합의 과제는 바로 사람의 왕래며 사람의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분단시대가 계속해서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국가와 민족 사이의 균열과 모순 속에서도 분단국가의 국민들은 새로운 통일국가에서 언젠가는 서로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우리가 통일을 생각할 때 가장 중심에 놓아야 할 것이 바로 체제, 국가, 민족이 아니라 그에 앞서 그 모든 것을 떠받치고 구성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화합하며 함께 살아가는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관계도 더 이상 과거에 안주해서도 과거에 매몰되어서도 결코 안되며 세계사적 추세와 흐름에 함께 하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에서 남북 당국자들이 임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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