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조태홍 청춘칼럼] 파독 광부 김을 처음 본 것은 아마 5월의 늦은 밤 동방 앞에서였을 것이다. 몇몇 술친구들과 함께한 회합에서 그는 이미 취기가 오른 듯 여어- 하며 늦게 참석한 내게 술잔을 권했다. 벌건 얼굴에 전역 후 단 한 번도 손질한 적이 없어 보이는 더벅머리, 그리고 새까만 잉크때가 낀 손. 나는 흥에 취해 기타를 부여잡고 에디 킴의 노래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박정희 시절 독일로 파견된 광부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이후 그를 다시 본 것은 얼마 전 있었던 동아리 공연 전날이었다. 자정 즈음에 느지막이 도착
[미디어파인=조태홍 청춘칼럼] 고교시절에 살았던 D외고는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가 좋고 도랑에는 졸졸졸 개울물이 흐르며 뒷산에는 하얀 정신병원, 북쪽에는 북조선을 두고 있는 곳으로, 그 지리적인 형세가 공부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학교였다. 지금이야 11기인지 12기인지 모르겠지만 3기인 내가 입학했던 당시는 학교의 초창기였기 때문에 매우 활력이 넘쳤고 'second to none'이라는 사뭇 패기 넘치는 학교의 표어에서도 볼 수 있듯 동두천 소요산의 정기를 받아 약진하는 북녘의 고교라는 인상이 강했다
[조태홍 청춘칼럼] 올해 복학한 동아리 후배 J는 요즘 들어 찬란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녀는 동아리의 자랑스러운 보컬리스트이자, 마을버스정류장 앞 파리X게트의 빵셔틀, 그리고 국문과의 핵인싸이더임과 동시에 같은 동아리 친구들이 넷이나 살고 있는 51-6번지의 막내이다. J는 작고 귀여운(?) 외양에 외할머니가 한국전쟁 당시 입으셨던 꽃무늬바지와 아버지의 작업복으로 추정되는 여벌의 옷들을 즐겨 입으며, 특히 카페 알바를 하다 훔쳐 나온 색 바랜 갈색 앞치마를 사랑한다. 얼마 전 나는 그녀가 스물 셋의 나이로 과
[조태홍 청춘칼럼] 통기타 동아리 K양(22세, 주폭)의 취미이자 특기, 그리고 정체성은 '술(酒, Alcohol )'이라는 단어로 완벽하게 설명 가능하다. 일산이 낳은 위대한 주폭 K는 2년 전 혜성처럼 나타나 기존의 음주기록들을 무자비하게 갈아치우며 음주계의 스테판 커리로 급부상하였다. K를 지칭하는 영광스러운 이름으로는 '인문관 여포', '간 고문 기술자', '걸어다니는 주항아리' 등이 있으며 그녀는 동아리 주폭의 계보, 즉 11학번의 '얼룩말' L,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