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개 같은 내 인생’(1985)처럼 성장과 아름다운 이별이 있듯 ‘길버트 그레이프’(1993) 역시 마찬가지다. 캠핑카들은 성지처럼 찾아오지만 정작 마을 사람들은 떠나고 싶은 시골 엔도라. 길버트(조니 뎁)는 읍내 작은 마켓에서 일하는 아주 평범하고 착한 청년이다.7년 전 아버지는 지하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고, 그 후 엄마는 외출을 끊고 소파에 앉아서만 살아 200kg의 거구가 됐다. 형은 가출했고, 누나 에이미는 실직했다. 곧 18살이 되는 어니(리어너도 디캐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녀와 야수’(빌 콘돈 감독, 2017)는 국내에서 51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만큼 반응이 좋았던 디즈니의 판타지 뮤지컬 멜로 실사 영화다.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아버지 모리스와 함께 사는 소녀 벨(엠마 왓슨)은 마을에서 유일한 책벌레로 그곳을 떠나 더 큰 세상에서 살고 싶은 꿈을 지녔다.그런 벨을 사람들은 괴짜 취급하지만 발명가인 아버지는 끔찍하게 아낀다. 그녀가 갓 태어나던 파리 시절 흑사병이 창궐하자 감염된 엄마는 벨을 위해 모리스에게 멀리 떠날 것을 강권했고, 모녀는 그런 아픈 기억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할리우드 톱스타 브루스 윌리스(65)는 최근 미국 LA의 한 대형 약국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입장했다. 이를 본 약국 직원은 그에게 목에 걸고 있는 스카프로 입과 코를 가려 줄 것을 요청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쫓겨났다.그러나 윌리스는 곧바로 이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었다. 모두 마스크를 씁시다. 그리고 안전하게 지냅시다”라고 사과했다고 14일(한국 시각) 미국 다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비록 시작은 큰 잘못이었지만 이내 그걸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이런 사소한 부주의가 자신에게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는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의 ‘장고’(1966)를 모티브로 출발하지만 복수극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매우 다른 내용이다. 남북전쟁 발발 2년 전인 1858년 남부. 킹 슐츠 박사가 이동 중인 노예상 스펙 형제 앞에 나서 장고(제이미 폭스)를 구해준다.슐츠는 전직 치과의사지만 지금은 현상금 사냥꾼으로 큰 현상금이 걸린 브리틀 3형제를 쫓는 중인데 장고가 그들의 얼굴을 알기 때문에 찾았던 것. 농장 노예였던 장고는 거기서 브룸힐다와 결혼했지만 주인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사라센은 역사적으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아라비아 북부인들을, 종교적으로는 십자군 시대에 유럽이 이슬람교도를 칭하던 말이다. 현역 경찰 임재영 감독이 연출한 첫 장편 영화 ‘사라센의 칼’은 그런 역사, 종교적인 내용과는 다른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의 인권과 노스탤지어를 그린다.윤아(신지수)는 미군부대 근처에서 주점을 하는 ‘양공주’ 엄마와 단둘이 산다. 어느 날 흑인 병사 한 명이 엄마에게 제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은 걸 본 윤아는 저도 모르게 병사에게 칼을 휘두른다. 엄마는 그 죄를 자신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서기 2035년. 1996년 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인류의 99%가 멸망한 이후 나머지 생존자들은 지상에서의 생활을 포기한 채 지하 세계에서 살고, 지상은 동물들의 세상이 됐다. 감옥에 수감된 제임스(브루스 윌리스)는 곤충 샘플 체취 임무를 띠고 지상에 갔다 ‘12 몽키즈’란 단체의 마크를 본다.그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바이러스 전파를 막아 인류가 지상으로 나갈 기회를 준다면 사면해 주겠다는 과학자들의 제안을 받아 1996년으로 보내지지만 오작동으로 1990년에 떨어진다. 경찰과 시비가 붙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홍콩 출신 리옌쿵(이인항) 감독은 국내 관객에겐 멜로 ‘성월동화’(1999)가 유명하고, 최근 작품으로는 ‘에베레스트’(2019)가 떠오를 것이지만 ‘초한지: 천하대전’(2011)이라면 그의 필모그래피 중 단연 앞에 내세우기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삼국지, 수호지와 함께 중국 3대 소설인 초한지를 각색했다.BC 3세기 말 진나라가 쇠락해가던 때. 진의 폭정에 항거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군사 세력들은 초나라 출신의 항우를 중심으로 뭉치게 되고 한나라 출신 유방은 제2세력으로 부상한다. 항우에 의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는 보리’(김진유 감독, 2018)는 강원도 주문진에서 농아인 아빠, 엄마, 초등학교 2학년 남동생 정우와 함께 사는 4학년 보리(김아송)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변변하게 가진 것도 없어 사는 게 불편할 법도 한데 불평불만 없이 네 가족이 오순도순 나름대로 행복하게 ‘잘’ 살며 웃음꽃을 피운다.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하는 보리는 전화 통화, 장보기, 은행 업무 등 가족이 외부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해낸다. 그녀의 일상은 아침 등굣길에 사찰 앞에서 기도하는 걸로 시작된다. 친구 은정은 기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500일의 썸머’(2009)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2편을 연출하기 직전의 마크 웹 감독의 데뷔작으로 전형적인 멜로와 달라서 꽤 흥미롭다. 톰(조셉 고든 래빗)은 원래 건축가를 꿈꿨지만 지금은 엽서 만드는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서머(주이 디샤넬)가 사장 비서로 입사한다.그녀는 남자 사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지만 도도하게 군다.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에 톰과 서머 단둘이 타게 되고 그걸 계기로 친해진다. 노래 클럽에서 열린 회식에서 만취한 톰의 친구 매켄지가 서머에게 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스터 보스’(김형기 감독)는 고교를 무대로 하지만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진지하거나 과장되지 않고 매우 현사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유머를 적당히 버무린 꽤 재기 발랄하고 위트가 넘치는 우정의 영화다. 고1 현준(공찬)은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자 전북 순창으로 이사, 광상고로 전학한다.1년 재수한 영수, 권투를 익힌 진원, 돈에 환장한 병연 등과 사총사로 뭉쳐 재미있는 학창생활을 보내는 한편 이젠 공부 좀 해보자고 마음먹지만 여기도 불량 서클 제우스가 휘어잡고 있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이다’-E. W. 윌콕스. 1963년 12월 22일 오후 12시 30분 텍사스주 댈러스. 서행하는 컨버터블 리무진을 향해 세 발의 총탄이 날아와 케네디 대통령과 코널리 텍사스 주지사를 명중했다. 나머지 한 발은 도로에 맞고 파편이 튀어 서있던 행인의 뺨에 맞았다.또 한발의 강력한 총탄이 케네디의 머리에 명중해 잠시 후 정부는 그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총격이 있은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24살의 해병대 출신의 백인 남자 오스월드(개리 올드먼)가 용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라고 하면 ‘성난 황소’와 ‘택시 드라이버’가 먼저 떠오르지만 ‘코미디의 왕’(1983)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들 콤비의 마스터피스다. 스타의 사인받는 게 전부인 34살 무직자 펍킨(로버트 드 니로)은 스스로 타고난 코미디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다.자신의 이름을 건 전국 대상 방송 쇼를 진행하는 제리 랭포드(제리 루이스)는 최고의 코미디언이다. 어느 날 퇴근하려다가 갑자기 승용차에 난입한 마샤 때문에 곤란을 겪는데 펍킨이 수습해 준다. 펍킨은 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폴란드의 헨릭 센키비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쿼바디스’(머빈 르로이 감독, 1951)는 아직도 회자되는 명작 블록버스터로 이맘때 즈음이면 으레 ‘필독서’ 목록에 포함된다. 당연히 기독교적 색채가 짙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이진 않다. 사랑, 예술, 인간미 등의 메시지가 훈훈하다.예수가 순교하며 기적을 보여준 뒤 30년 네로 황제의 로마 제국. 브리튼 원정에서 승리한 사령관 마르쿠스(로버트 테일러)가 로마로 금의환향하지만 네로는 근위대를 통해 군단을 하루 동안 외곽에 머물도록 명령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한국-필리핀 합작 영화 ‘선샤인 패밀리’(김태식 감독)는 일본 미즈타니 도시유키 감독의 ‘뺑소니 가족’(1992)을 원작으로 한 블랙 코미디다. 필리핀 선샤인 여행사 서울 지사 차장 똔은 아내 쏘냐, 딸 샤인, 아들 맥스와 함께 산다. 이 가족은 한 달 뒤면 5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예정.접대가 있던 날 똔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음주운전하며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낸다. 한 젊은 여자가 차 밖으로 튕겨 나온 것을 보고도 겁이 나 그냥 집으로 도망친다. 그는 쏘냐에게 자수하겠다고 하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5년 개봉돼 496만여 명이란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경이롭고도 아기자기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동화지만 의외로 기억과 감정에 관한 철학이 꽤 심오하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기쁨, 슬픔, 소심, 까칠, 버럭이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있다.미네소타의 11살 소녀 라일리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며 자신을 사랑해 주는 부모와 함께 평화롭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에 위기를 맞은 아빠의 투자 유치 문제 등으로 가족은 샌프란시스코의 허름한 집으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프랑스 개봉 이후 13년여 만인 오는 24일 개봉되는 안나 가발다 원작의 ‘함께 있을 수 있다면’(클로드 베리 감독)은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휴먼 로맨스다. 곧 27살이 되는 카미유는 화가 지망생이지만 생활비를 위해 청소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며 다가구 주택의 꼭대기 다락방 같은 데서 산다.같은 건물의 펜트하우스 같은 넓은 집을 외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필리베르는 식당 셰프인 친구 프랑크와 함께 살며 엽서 가게를 운영한다. 어느 날 작은 친절을 베풂으로써 필리베르와 친해진 카미유는 그에게 제 집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안나 가발다의 동명의 단편집의 작품들을 배우 겸 감독 아르노 비야르가 각색하고 연출한 영화다. 4남매의 첫째 장피에르는 아버지 사후 엄마와 세 동생들을 돌보며 아버지 노릇을 해온 성공한 와인 사업가다. 나탈리와의 사이에 초등생 딸 샤를롯을 뒀다.남편과 데면데면 지내던 문학 교사 둘째 쥘리엣은 40살의 나이에 임신하고, 가족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하지만 5개월째에 태아가 죽었다는 판정을 받고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 이혼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작가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른 블록버스터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OTT로 노선을 갈아타는 것과 달리 23일 극장 개봉을 강행군한 이유가 있었다. ‘원더 우먼 1984’(패티 젠킨스 감독)는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이후 DC가 마블에 큰소리를 칠 만한 작품이었다. 전편에서 70년 가까이 흐른 풍요로운 자본주의가 팽배한 1984년.다이애나는 스미스소니언에서 고고학자로 일하는 한편 원더 우먼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거대 쇼핑몰 보석가게에 4인조 권총강도가 들어 난동을 부리며 시민들을 위협하자 원더 우먼이 나타나 일망타진한다. 박물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7년 1월 이후 3번이나 국내 개봉돼 37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작품이다. 그만큼 특정 취향에 부합하는 개성이 강하다는 의미다. 한 달 뒤면 1000년 만에 혜성을 볼 수 있는 도쿄와 깊은 산골 이토모리 마을.이토모리의 여고생 미츠하는 여동생 요츠하와 할머니랑 산다. 아버지 토시키는 미야미즈 가문에 데릴사위로 왔지만 엄마가 요절하자 정치판에 뛰어들어 읍장이 된 후 가족과 떨어져 사는데 업자들과 결탁해 부정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은 재일 동포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피와 뼈’ 등의 각본을 쓴 재일 동포 정의신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1969년 고도성장이 한창이던 일본 오사카 공항 근처의 한인 판자촌. 용길(김상호)과 영순(이정은)은 곱창집을 차려놓고 3녀 1남을 키우며 살고 있다.시즈카와 리카는 용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미카는 영순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각각 낳은 딸. 막내 토키오가 그들의 ‘순혈’ 아들이다. 용길은 태평양 전쟁에 강제 징용돼 한쪽 팔을 잃었다. 시즈카는 어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