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 2016'은 한국 영화 중 가장 아름답고 비극적인 동화이다. 늦은 오후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등진 한 소녀의 앞으로 긴 그림자가 드리우고, 그 안으로 소년의 공이 굴러들어온다. 그렇게 수린(신은수)과 성민(이효제)은 서로의 존재를 인생 속에 담게 된다.수린은 2년 전 어머니의 재혼으로 지금의 계부 오도균(김희원)을 만나 1년을 살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후 최근 계부와 함께 외딴섬 화노도로 이사 온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도균은 터널 발파 공사 현장 책임자이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일본군 관사]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전쟁 야욕, 그 과정에서 일본은 한반도를 대륙 침략의 병참기지로 삼았다.지난 2005년 상암동 일대에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시작됐다. 그런데 당시 문화재 지표조사 과정에서 특별한 건축물이 발견돼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는데...총 22개 동의 목조건축물건물들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군인들이 거주했던 숙소인 것으로 추정된다.현재 상암동의 지리적 특징이 일본군이 북쪽으로 진출하는데 유리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스콧 데릭슨 감독, 2016)는 대놓고 뻔뻔하게 ‘매트릭스’의 철학과 ‘인셉션’의 비주얼을 발판 삼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슈퍼히어로들을 총출동시킨 ‘어벤져스’ 시리즈보다 더 화려한 액션에 한층 심오해진 멀티버스(여러 개의 타임 라인과 스토리 라인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차원의 평행 우주)의 초자연적 다차원 세계와 시공간을 보여 주며 도대체 마블의 상상력과 그의 형상화의 기술력의 끝은 어디일지 경악하게 만들 따름이다.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의 강점 중의 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독립 영화의 매력은 대다수의 상업 영화가 가진 재미와 스케일 그리고 거창한 화려함을 기대할 수 없는 대신 놀랍도록 신선하다는 데 있다. ‘써니’와 ‘수상한 그녀’를 통해 스타덤에 올라선 독립 영화적 이미지의 스타 심은경을 내세운 ‘걷기왕’(백승화 감독, 2016)은 순수 제작비 5억 원을 들여 한 달여 만에 촬영한 독립 영화이다.경보라는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했다는 것,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실사에 그림을 덧입히는 것) 등 애니메이션과 일부 캐릭터의 내레이션으로 유머를 더한 점 등은 꽤 쏠쏠한 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20년 말 환갑을 며칠 앞두고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김기덕 감독이 이전에 주로 인간 내면의 욕망과 갈등,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2차원의 세계를 그렸다면 ‘그물’(2016)에서는 당당하게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3차원적 질문을 던진다.37살의 북측 어부 철우(류승범)는 남북의 경계선에서 생선을 잡아 생계를 잇는 가장이다. 아름다운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그는 이른 아침 밥상을 차린 아내가 사랑스러워 충동적으로 부부 관계를 맺을 만큼 하루하루가 행복한 남자이다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행주성당] 행주대교 남단의 행주외동. 이곳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행주성당은 명동성당, 약현성당에 이어 경기북부지역에 세 번째로 설립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1910년 행주나루터 인근에 처음 성당을 지은 후, 1928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 왔다. 이전 당시 성당 본래의 자재를 대부분 재활용해 원형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행주성당은 본래 공소로 출발했다. 즉 사제 없이 행주 지역 신자들의 모임으로 유지된 교회였는데, 1909년 김원영 아우구스티노 신부가 초대 사제로 부임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자정이 넘은 시각에 오토바이로 자동차 전용 도로를 운행해 경찰에 적발된 가수 정동원(16)이 사고 일주일 만에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제작 주체는 이른바 '황영웅 논란'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서혜진 PD와 크레아스튜디오이다.서 PD가 새롭게 기획한 '지구탐구생활'은 세계 곳곳의 평범한 이웃들의 삶 속에 뛰어드는 글로벌 생존 버라이어티 예능이라고 한다. 크레아스튜디오 측은 "정동원이 출연 논의 중이다. 방송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한때 충무로의 대표 흥행사였던 강우석의-현 시점까지-마지막 연출작이다. 그의 강점이자 핸디캡인 '고색창연'한 색깔이 두드러진다. 고산자(호)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라는, 당시로선 엄청난 지도로 한반도를 제대로 그려 낸 위대한 지리학자이다.‘고산자’는 정확한 생몰년은 물론 주거지 등 자세한 생애가 전혀 기록되지 않은 김정호의 지리학자로서의 값어치에 포커스를 맞추고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을 통해 순수한 장인 정신과 휴머니즘 그리고 절절한 부성애를 그리려 애쓴다.영화는 지도 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가수 황영웅이 새 소속사를 통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특히 그는 "나도 학창 시절에 맞기도 하고 돈을 빼앗기기도 했다."라고 호소했다.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가정이 가난하다고 포장했다는 의혹, 불성실한 군 복무로 일병 제대했다는 비난, 전 연인을 심하게 폭행했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안 했다. 이게 해명인가, 변명인가?3월 31일 황영웅의 새 소속사 더 우리엔터테인먼트 측은 언론에 장문의 소명 자료를 돌렸다. 결론적으로 '공장 근무 거짓 의혹은 방송이라 여러 군데에서 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럭키’(이계벽 감독, 2016)는 그동안 깡패 등 주로 악역을 맡아 온 조연 유해진이 첫 주연으로 나선 점이 주목받은 작품이다. 음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낙비 내리는 한밤. 승용차 안에선 함중아와 양키스의 오리지널을 허윤정이 리메이크한 ‘그 사나이’를 향리가 또 다시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록 버전이 울려 퍼진다.차 안의 주인공은 성공률 100%의 ‘눈빛만 봐도 죽는다.’라는 킬러 형욱(유해진)이다. 신속, 정확하게 타깃을 처리한 그가 운전석에 앉자 라디오에선 ‘57분 교통 정보’가 흘러
[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는 '학폭'일 것이다. 학창 시절 동급생, 혹은 하급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 괴롭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가 '학폭'의 폐해에 대해 가슴 서늘하게 경종을 울린 바 있지만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연출자 안길호 PD가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은 더욱 이 사회의 아이러니를 웅변한다.이런 가운데 방송계가 출연자의 학교 폭력 여부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1일 채널A는 기자 간담회에서 '하트시그널4', '강철부대3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팀 버튼은 전혀 할리우드답지 않은 감독이다. 그는 샘 레이미보다 더 강한 공포를 조성하는가 하면,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피터 잭슨보다 더 동화 같은 세상과 캐릭터를 창조하는 기괴함의 대표적 작가이다.또한 유년 시절 경험한 질병과 광기, 죽음의 형상들을 왜곡된 형태와 격렬한 색채에 담아 표현하는 뭉크보다 더 강렬한 표현주의를 추구하는가 하면 피카소보다 더 입체적인 공간과 주인공을 창조해 내는 마술사이다.그런 그가 베스트셀러 소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매그니피센트 7’(안톤 후쿠아 감독, 2016)은 한국엔 ‘황야의 7인’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동명의 고전 웨스턴 무비를 리메이크했다. ‘황야의 7인’ 역시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7인의 사무라이’를 서부로 옮긴 것이다.‘7인의 사무라이’가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은 1954년에 할 수 있었던 모든 촬영 기법을 동원했으며, 거의 최초로 멀티 캐스팅을 했다는 데 있다. 더불어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절
[유진모의 무비&철학] 자식에 대한 실망의 결과는 어머니는 자책과 연민이지만 아버지는 분노와 포기라는 비유이다. 엄청난 정치 풍자 혹은 조롱도 담겨 있다. 너구리 같은 재순도, 신선한 종찬도, 그 주변 인물들조차도 결국 모두 개인적 성공에 눈먼 속물들에 불과하다.종찬의 오른팔인 사무 국장은 예전에 재순의 최측근이었다. 그는 경찰의 수사 일지를 구해 달라는 연홍의 명령을 불법이라고 단호하게 거부하지만 종찬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서슴없이 거래를 통해 입수해 건넨다. 배경은 나름대로 신도시인데 분위기와 색감은 칙칙하고 어둡고 음산하다.각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박찬욱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경미 감독의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 이후 첫 번째 영화인 ‘비밀은 없다’(2016)는 소포모어 징크스(2년생 징크스)를 비웃는, "아니, 이 감독이 ‘미쓰 홍당무’를 만든 그 감독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우수한 작품이다.능구렁이 보수 정치인 노재순이 장기 집권해 온 경상도의 한 신도시. 방송사 아나운서 출신의 종찬(김주혁)이 집권 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 재순에게 도전한다. 그는 아내 연홍(손예진), 눈에 넣어도 안 아
[유진모의 무비&철학] 리부팅 시리즈는 각 캐릭터의 트라우마 혹은 딜레마를 다룬 바 있다. 특히 마지막 벌칸족 스팍의 현재와 미래의 캐릭터를 한꺼번에 등장시킴으로써 꽤 진지한 삶의 의미를 메시지로 내세우며 ‘로스트 인 스페이스’와 유사한 철학을 설파했지만 이번엔 그런 진지함은 크롤의 단순한 분노 하나로 단순화됐다.그 대신 본즈와 스팍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각별하게 챙기는 전우애, 스팍과 우후라의 종족을 뛰어넘은 사랑과 종족 보존이라는, 생명체가 지닌 본능 때문에 생긴 갈등 등을 소재로 소소한 유머를 곳곳에 포진함으로써 수시로 관
[미디어파인=안용갑의 와인 이야기] 와인은 다른 어떤 술보다도 향기가 뛰어나다. 와인 향은 잔에 3분의 1 정도 따른 후 바로 맡는 게 좋다. 그리고 잔을 돌려 와인을 흔들게 되면 향이 더욱 발산하게 된다.처음 느껴지는 향을 아로마라고 하는데 신선한 과일 향, 꽃 향, 그리고 풀 향 등이 배 있다. 그리고 이차적인 향인 부케는 와인이 숙성되면서 발생하는 미묘하고 복합적인 향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부케는 오크에서 숙성과 병입된 뒤에 발생하기 때문에 숙성된 고급 와인에서 주로 느껴진다.와인 향의 종류-꽃 향 : 장미 향, 제비꽃 향,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6년 ‘미션 임파서블 3’의 각본가 겸 감독으로, 2009년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의 제작자 겸 감독으로 성공하며 확실하게 할리우드의 실력자로 자리 잡은 J. J. 에이브럼스는 영악하게 주제 파악을 할 줄 아는 장사꾼임이 분명하다.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 ‘스타 트렉 비욘드’의 메가폰을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저스틴 린 감독에게 맡기고, 자신은 제작에만 충실했던 게 그 첫째 증거이고, 새 리바이벌 시리즈 중 가장 간단명료하고 재미있다는 게 둘째 증거이다.‘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그냥 돈
[미디어파인=안용갑의 와인 이야기] 여러 와인들을 함께 마시는 경우 순서를 정할 때 아래의 사항을 참고하여 와인을 준비하고 서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중에 마시는 와인이 앞서 마신 와인보다 품질이 낮을 경우 만족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벼운 화이트 와인에서 가벼운 레드 와인, 중후한 레드 와인 순.- 오래 숙성된 와인보다는 숙성이 덜 된 와인을 먼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보다 낮은 와인을 우선.- 단 맛이 나는 와인보다는 단 맛이 없는 드라이한 와인을 우선.- 향이 진한 와인 보다는 향이 약한 와인을 먼저 마시는 것이 무
[유진모의 무비&철학] 서울발 미국 뉴욕행 비행기가 엔진 고장으로 부산 김해공항으로 회항하고 승객들은 레이오버 호텔에 하루 투숙하게 된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줄곧 유학생 수정(정수지)를 지켜보던 배낭여행객 선우(이한주)는 빨래방에서 그녀에게 말을 건다. 비흡연자인 선우는 수정에게 어필하기 위해 담배를 피워 보지만 재채기만 할 뿐이다.그는 "와인 한잔하자."라고 제안하고, 수정은 "위스키를 마시자."라고 한다. 술집이 문 닫을 시각이 되자 선우는 제 방에 위스키가 있다며 한잔 더 하자고 제안해 성공한다. 수정이 먼저 적극적으로 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