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던칸 존스 감독의 ‘소스 코드’(2011)는 양자역학으로 탄생한 소스 코드라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SF 스릴러 영화로서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연관이 깊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진짜인가, 꿈에서 본 세상이 진정 내가 사는 우주일까, ‘장자’의 호접몽을 거론한다.아프가니스탄에 헬기 조종사로 파병됐던 콜터 대위가 눈을 뜨니 시카고행 열차. 맞은편에 앉은 낯선 미모의 교사 크리스티나가 친한 척한다. 화장실의 거울에서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인 걸 확인한 후 주머니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프랑스 예술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선입견은 ‘화장실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나온 듯하다’는 것이다. 특유의 용두사미 같은 결말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를 겸하는 니콜라스 베도스 감독의 ‘카페 벨에포크’는 정반대다. 신파, 작위성, 유치함 없는 기승전결이 마음을 상쾌하고 따뜻하게 해준다.신문에 만화를 연재했던 빅토르는 종이가 사라지고 인터넷판으로 발행되자 실직해 무기력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중년의 외아들 맥심은 자기 회사를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상담사인 아내 마리안 역시 바쁘게 살아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안녕, 미누’는 1992년부터 18년 가까이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로 살다 강제 출국된 네팔의 미누를 주인공으로 한 ‘바나나쏭의 기적’(2018)의 지혜원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88올림픽 이후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왔지만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모두 미등록 신분이었다.제도적 취약 때문에 관광비자로 입국한 미누는 의정부 일대의 식당을 거쳐 서울 창신동 봉제 공장에서 꽤 실력 있는 재단사로 일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노래 실력까지 뽐내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2003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타이완 주바다오(구파도) 감독의 영화 ‘몬 몬 몬스터’(2017)는 학원 호러의 겉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리 간단치 않고 꽤 심오하면서도 처연한 스릴러다. 고교생 린은 학교에서 불량학생 런의 주도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담임선생은 부처를 외며 염주만 굴릴 뿐 진실에는 관심 없고 매우 도식적이다.런이 린에게 친구의 학급비 봉투 절도죄를 씌우자 결백을 증명하는 린의 변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임은 지역 봉사를 명령하고 런 일행과 함께 린은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를 실행한다. 그들은 국민혁명군 출신 치매 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킬러 스쿼드’(마틴 오웬 감독, 2019)는 제목이나 게리 올드만, 제시카 알바라는 출연진을 보고 굉장한 액션 영화라고 착각해 선택하면 무조건 실망한다. 95분의 러닝타임 중 뒷부분의 하이라이트를 제외하곤 지루할 정도로 대화만 이어진다. 하지만 구성과 반전만큼은 뛰어나 색다른 재미를 준다.LA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그 남자’는 사실 킬러들의 모임의 수장이다. 런던을 방문한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 카일 상원의원 암살을 제이드에게 지시하지만 옛 동료를 만나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유명 배우를 꿈꾸던 지니는 드러머와 결혼해 아들 리치를 낳은 뒤 바람을 피운 탓에 남편이 떠나가자 절망에 빠졌다가 초로의 험티에게 구조된 후 재혼해 코니아일랜드의 펍에서 웨이트리스로 살고 있다. 어느 날 험티가 사별한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26살의 딸 캐롤라이나가 그들에게 끼어든다.그녀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피아 프랭크와 결혼했지만 FBI에게 프랭크 조직의 정보를 제공한 탓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도주하던 끝에 인연을 끊고 살던 아버지에게 의탁하러 온 것. 자기 뜻을 거역한 데 실망해 의절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현재 대중문화계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미스터 트롯’과 그 7인방이다. 그중에서도 진의 임영웅이 가장 뜨겁고 그가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제일 많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이 곡은 블루스 뮤지션 김목경이 작사, 작곡해 먼저 취입했지만 김광석이 널리 알렸고 임영웅이 재조명했다.김광석의 고향 대구시가 방천시장 옆에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조성하자 그를 잊지 못하는 팬들의 발걸음으로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1964년 1월 22일 태어나 1996년 1월 6일 32살의 한창때 세상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헌츠맨: 윈터스 워’(2016)는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에서 모티프를 얻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각 효과상 후보에 올랐던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이 메가폰을 잡은 스핀오프 버전이다. 전작에서 에릭이 스노우 화이트를 도와 레베나를 거울 속에 봉인하기 전 시점이다.전작이 스노우 화이트라는 친숙한 캐릭터에 이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탱탱한 젊음과 사악한 캐릭터지만 이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의 우아한 원숙미의 대결로 압축됐다면 이 작품은 헌츠맨들의 탄생 배경과 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리 언크리치 감독, 2018)는 건국신화가 없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스타워즈’를 만든 미국이 그동안 업신여겼던 멕시코와 그들의 아즈텍 문명을 대놓고 동경한다는 고백록이다. 중미의 신화를 가져와 가족, 예술, 창작, 꿈, 기억 등의 키워드를 아름답게 펼쳐낸다.멕시코의 작은 마을 산타 세실리아에서 대대로 신발을 만들며 살아온 리베라 가문의 소년 미겔은 전설적인 뮤지션 에르네스토를 우상으로 여기지만 가족의 결사반대에 부닥쳐 구두닦이로 산다.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켄 브루언의 동명 추리소설을 영화화한 ‘블리츠’(엘리어트 레스터 감독, 2011)는 제이슨 스타뎀 특유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법의 한계를 여기저기서 체험해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지향하는 이념에 통쾌할 것이다. 더불어 약간의 지적인 재미까지 경험할 수 있다.런던의 형사 브랜트(제이슨 스타뎀)는 정의감이 지나쳐 근무 수칙을 무시한 채 범죄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언론의 비난을 받는다. 여경 폴스가 승진 시험에서 떨어진 후 직계 선배인 브랜트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흥행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를 손꼽으라면 단연 ‘어벤져스’ 시리즈일 것이다. 특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 절정이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억지 건국신화를 창조하려 안간힘을 쓴 미국인에게 마블은 그리스신화의 훌륭한 대안이자 대항마였던 것.‘토르’는 북유럽 신화를 대놓고 빌렸고, 타노스는 그리스신화의 타나토스(죽음의 신)를 살짝 바꿨다. 아이언맨으로 미국의 자본주의를 뽐내고, 발전된 과학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것마저도 헐크로 합리화한다. 블랙위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국 DNI 리더 요원 맥콜은 아내를 잃고 작전 중 사망 처리돼 은거하던 중 어린 콜걸을 돕기 위해 러시아 마피아들을 일망타진한 바 있다. 그의 삶의 목표는 아내가 남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소설 100권을 단골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점 여사장의 딸이 유괴되자 터키에 가서 구해온다.현재 그의 직업은 보스턴의 콜택시 운전기사. 잠을 잘 못 이루는 그는 한밤에도 일을 하는데 온갖 군상들을 마주한다. 어느 날 매무새가 흐트러지고 눈물 범벅인 젊은 여자를 집에 데려다준 후 태웠던 고급 건물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식민지 행성 개척 회사 웨이랜드 소속 우주 항해사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행성 LV-426에서 에일리언을 지구로 운반하라는 회사의 명령을 수행하려던 인조인간 애쉬의 음모를 깨뜨리고 유일하게 생존해 냉동 수면 상태(‘에이리언 1’)로 우주를 떠돌다가 57년 뒤 구조되지만 딸은 이미 사망한 상황.20년 전 LV-426에 이주민이 가서 테라포밍(지구화)을 해왔는데 어느 날 통신이 두절된다. 회사는 해병대원을 지원받아 연구원 버크와 인조인간 비숍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리플리를 고문으로 고용한다. 식민 본부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뤽 베송 감독은 ‘그랑 블루’(1988)로 예술적인 경지를 보여주더니 ‘제5원소’(1997)로 할리우드化했지만 그나마 ‘루시’(2014)로 모처럼 작가와 장사꾼의 두 가지 장점을 잘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만에 유학 중인 루시는 연인 리처드로부터 가방을 갱스터 두목 장에게 전달하라는 부탁을 받는다.가방 속에 있는 건 CPH4라는 신종 마약. 장은 밖에 있던 리처드를 쏴 죽이고 루시를 기절시킨 뒤 뱃속에 마약을 넣고 꿰맨다. 아지트로 끌려간 루시는 자신을 성추행하려는 깡패에게 저항하다 배를 차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펀; 천사의 비밀’(자움 콜렛 세라 감독, 2009)은 아이디어 하나가 얼마나 훌륭한 시나리오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 호러 영화다. 피아노 교수 출신 케이트(베라 파미가)와 디자이너 존(피터 사스가드) 부부는 한적한 곳의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춘기인 아들 대니얼, 딸 맥스와 함께 행복한 듯하다.그들에게는 각자 상처가 있다. 케이트는 셋째 제시카를 유산한 뒤 알코올에 중독돼 맥스가 연못에 빠져 죽을 뻔한 걸 몰랐다. 다행히 존이 구했지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일로 그녀는 재활원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대학을 휴학 중인 유미(이세영)에게 이복동생 지유(박소이)를 데려가라는 공무원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버지를 여의자 엄마 윤희는 친구 경선(박지영)이 운영하는 호텔 레이크에서 일을 하는 가운데 새 남자를 만나 뒤늦게 지유를 낳고 5년 전 미쳐서 자살했다. 유미는 지유와 함께 레이크에 간다.시골 외진 곳에 있는 레이크에 가는 길에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는 등 기분도 예감도 좋지 않지만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 상 지유를 키울 수 없기에 경선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경선은 아주 반갑게 맞아주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워너브라더스의 ‘그린 랜턴’에서 슈퍼히어로로 데뷔했다 낭패한 라이언 레이놀즈가 디즈니로 와서 성취감을 이룬 ‘데드풀’(팀 밀러 감독, 2016)은 국내에서 33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잘생기진 않더라도 흉하지 않고 최소한의 정의감은 갖춘 기존 영웅과 사뭇 다른 데드풀은 어떤 마력을 부렸나?자비에 박사의 엑스맨 양성학교 소속 스카우터 콜로서스가 엑스맨으로 영입하려고 하자 데드풀은 “난 슈퍼히어로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기존의 다양한 슈퍼히어로들은 각자의 개성은 강했지만 권선징악의 공통점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A.I.가 인간의 영역을 위협하는지에 대한 논제가 거론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이 시대 SF의 걸작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작으로 한 리들리 스캇의 ‘블레이드 러너’다. 그 외에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영화는 작가들의 단골 메뉴로 자리매김했다.‘바이센테니얼 맨’(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1999). 2005년 미국. 부자인 리처드는 집안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로봇 앤드류를 구매한다. 그런데 이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가 실수로 흘린 마요네즈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광주의 장서(최우제)와 충서(이지후) 형제는 아주 부유했던 선친으로부터 넉넉한 유산을 물려받고 산다. 장서와 달리 충동적인 충서는 사업을 한답시고 재산을 많이 날렸다. 장서는 너른 저택과 대나무 군락지 등에서 스님과 예술가들을 후원하며 넉넉하게 살던 중 충서를 통해 현재(예지원)를 만난다.현재에게 첫눈에 반한 장서는 금세 사랑에 빠지고 결혼 날짜를 잡는다. 그런데 결혼식 하루 전날 갑자기 현재가 사라진다. 그리고 17년 54일 만에 현재가 방문하겠노라고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가 약속한 하루 전날 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내부자들’(2015)은 75억 원을 쓴 배급사 쇼박스와 전작 ‘파괴된 사나이’와 ‘간첩’에서 100만 관객을 간신히 넘긴 우민호 감독에게 잊지 못할 작품이겠지만 당시 백척간두의 위기에 내몰렸던 이병헌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터닝포인트일 것이다. 관객에겐 1년 후 드러난 국정농단의 기시감일 터.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700만 명의 관객을 넘어섰으며,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라는 무려 3시간 분량의 디렉터스 컷이 동시에 개봉되는 한국영화 초유의 기록이 가능했다는 점에선 한국영화 역사